자본의 심장 뉴욕서 ‘민주적 사회주의자’ 시장 당선
30대 무슬림 진보 정치인 파란
주거·보육 등 진보 의제 효과
버지니아·뉴저지주 민주당 승리
트럼프 2기 행정부 비판적 민심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뉴욕의 선택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인도계 무슬림이자 30대 진보 정치인이었다.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이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AP통신은 이날 개표 결과 맘다니 후보가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인 맘다니 후보는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약 1년 전부터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길거리에서 수많은 시민을 직접 만나 시장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인터뷰했다. 주요 메시지는 생활고에 대한 공감이었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안타까워하며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석하며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등 첨예한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맘다니는 또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짧고 강렬한 숏츠(Shorts) 등을 자주 활용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는 이처럼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공약을 내걸어 진보세력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됐다.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무상보육 확대, 지역사회 안전부 등이 그가 내건 핵심 공약이었다. 대체로 진보 색채가 드러난 공약이었고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재원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공약은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민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이 이끄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공화당이나 재계에서는 이를 ‘좌파 포퓰리즘’으로 칭하는 등 강한 비판이 나왔고, 민주당 주류 세력인 중도파에서조차 그의 정책이 급진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의 공식 후보임에도 당내 인사들이 그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 목소리를 내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던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는 무소속으로 본선 출마를 강행해 커티스 슬리워 공화당 후보와 함께 3자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 중도파 주요 인사들이 높은 생활비 문제 대처에 공감을 표하고 맘다니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우군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반(反) 맘다니’ 단일화를 공공연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그가 당선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갈등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민심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였던 뉴욕시장을 비롯해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반(反)트럼프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이 여유 있게 승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운영에 비판적인 민심이 세를 형성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