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동조자’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회고록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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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두 얼굴의 남자>


신간 <두 얼굴의 남자> 책 표지. 민음사 제공 신간 <두 얼굴의 남자> 책 표지. 민음사 제공

2016년 첫 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에세이가 출간됐다. <동조자>가 박찬욱 감독의 연출로 HBO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원작 소설과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71년 생인 저자는 1975년 옛 사이공시(현 호찌민시)가 함락되면서 고국을 탈출해 미국으로 온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집안에서는 베트남인 부모의 삶을 관찰하고, 집 밖에선 미국인들을 관찰하는 이중 간첩과도 같은 생활을 했기에 소설 <동조자>를 쓸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자는 회고록 성격의 신간 <두 얼굴의 남자>에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보고 난 뒤 겪었던 감정적 충격이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한다. ‘너는 학살을 저지른 미국인인가? 아니면 학살당한 베트남인인가?’ 자신이 둘로 쪼개진 것 같았던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저자는 한동안 그 감정을 마음속에 봉인해 둔다.

이후 그는 <동조자>를 쓰면서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비슷한 영화감독을 소설에 등장시킨다. 그것이 ‘할리우드를 향한 소소한 복수’였다고 저자는 속 시원하게 털어 놓는다. 소위 베트남 전쟁이라는 미국적 판타지의 허황됨과 부조리함을 비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교수, 작가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난민이 아니며 난민이 되고 싶지도 않지만, 그런 한편 여전히 난민이다.’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신소희 옮김/민음사/464쪽/2만 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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