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진실은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는가
■진실에 대하여: 개소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프랭크퍼트의 후속작
몇 년 전 개소리와 거짓말에 관해 명쾌한 분석을 담은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개소리쟁이는 사기꾼이자 위선자이며, 말을 앞세워 상대방의 견해와 태도를 조작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소리쟁이는 자기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관심이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통쾌하게 다가왔다.
당시 개소리의 특징을 ‘진실에 대한 무관심’으로 규정했는데, 책이 출간되고 난 후 저자는 진실에 대한 무관심이 왜 나쁜지 설명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이 책은 <개소리에 대하여>의 후속작으로 진실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진실이라는 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가에 관한 문제 제기부터 해답을 향한 철학적 성찰까지 담았다.
저자는 “진실은 대단히 많은 현실적 효용이 있다”라고 말한다. 사회가 진실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면, 공적 사무의 가장 적절한 처분과 관련하여 어떻게 충분한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잘사는 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살아남는 법을 알기 위해 진실은 꼭 필요하다. 진실이 없다면, 우리는 현실의 실상에 관해 아무 의견이 없거나 잘못된 의견만 가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거짓말은 우리의 현실 파악을 훼손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거짓말을 믿는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게 된다.
진실에 관한 저자의 말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인 듯 싶다가, ‘내란’이라는 엄청난 사태를 겪었어도 여전히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니 책의 내용에 공감이 생긴다. 해리 프랭크퍼트 지음·유강은 옮김/생각의힘/156쪽/1만 5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