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17세기 동아시아 바다의 이방인들
신간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신간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책 표지. 뿌리와이파리 제공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은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17세기 동아시아 바다를 재구성한다. ‘항해사 흰닭’은 바다를 통해 세계를 이어 나간 유럽인들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흰닭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저자는 <하멜 표류기> 일행 중 한 사람인 ‘헨드릭 얀손’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흰닭 얌손’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됐고, 한양에 올릴 공문을 만들면서 한자 ‘백계 야음사이은’이라는 희한한 명칭이 등장한 과정을 보여준다.
‘파드레’라는 말은 가톨릭 선교사를 뜻한다. 남만인이라 불렸던 포르투갈인, 스페인인과 함께 지구 반대편까지 와 목숨을 걸고 신앙을 전파한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또 다른 한 축이다.
‘오렌지 반란군’은 바다를 둘로 나눠 가진 포르투갈과 스페인 제국의 질서에 도전한 네덜란드 사람들을 상징한다. 이들이 어떻게 동아시아의 역사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꿨는지 서술한다. 동아시아 역사를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조선의 이야기도 복합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저자 딜런 유는 LG종합상사에서 수입 업무에 종사하다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는 글로벌 금융정보 통신사에서 근무하며 뉴욕에서 살고 있다. 첫 직장인 종합상사에서 각국의 원재료 수입 업무를 맡게 되면서 무역과 동서 교류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7년 연말부터 2023년까지 이글루스 블로그에 경제사, 근세 과학사, 근대 문화사 관련 글을 썼다. 30여 년을 탐구해 온 근세 대항해시대의 글을 엮어 이번 책을 냈다. 딜런 유 지음/ 뿌리와이파리/568쪽/2만 4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