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빛나니, 한 밤 더 머문다 [비즈앤피플]
머무는 도시의 시작 '야간관광'
‘별바다부산’ 올해까지 48만 명 참여
외국인 관광객 체류일·소비액 늘면서
하루 여행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시, 광안대교·송도·화명 등 경관 강화
“소규모·상시형 야간 콘텐츠 확충을”
별바다부산 나이트페스타의 주무대인 용두산공원 일대 야경.부산관광공사·부산시 제공
다대포 해변공원에서 열린 ‘나이트뮤직 캠크닉 앤 트래블쇼’.부산관광공사·부산시 제공
부산의 밤이 길어지며 도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야간관광’을 비롯한 체류형 관광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소비가 늘며 지역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관광산업은 단순한 여가산업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경기 정체에 대응하는 도시 활력의 촉진제로 주목받고 있다. 관광수입이 1% 늘면 지역 고용이 0.8%, 지역내총생산(GRDP)이 0.1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8명의 소비가 정주인구 1명의 연간 소비와 동일한 경제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올해 달성 목표인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은 정주 인구 약 37만 5000명이 늘어난 효과에 해당하며, 이는 해운대구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외국인 300만 명 시대, 체류·소비 껑충
부산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292만 9000명에서 올해 9월 기준 267만 7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24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연내 30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
국가별 비중은 대만(18.9%), 중국(16.3%), 일본(14.2%), 미국(6.8%), 필리핀(4.8%) 등으로 다변화됐다. 한때 중국 관광객이 30%를 넘던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며 회복 탄력성이 커졌다.
특히 체류 기간과 소비 수준이 눈에 띄게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일은 2023년 4.4일에서 2024년 6.2일, 1인당 소비액은 567.7달러에서 828.4달러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4.5일, 601달러)과 비교해도 모두 큰 폭의 상승이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기간이 늘고 소비가 증가하면서 ‘하루 여행 도시’였던 부산이 ‘머무는 도시’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공사와 시는 이 같은 흐름을 체류형 관광 확산의 기반으로 보고, 야간관광·미식·레저·축제형 콘텐츠를 결합한 장기 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화명생태공원에서 열린 나이트마켓. 부산관광공사·부산시 제공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캔들라이트 부산 콘서트’. 부산관광공사·부산시 제공
‘별바다부산’ 중심으로 확장되는 야간관광
부산은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관광 특화도시' 선정 이후, 지역 특화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과 체류형 관광객 확대를 통해 지역관광 경쟁력과 경제 활성화를 높이기 위한 야간관광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 야간관광의 대표 브랜드는 단연 ‘별바다부산 나이트페스타’다. 첫해인 2023년 3만 6751명이었던 참가자는 2024년 17만 9067명, 올해 10월까지 누적 48만 1280명으로 크게 늘었다.
별바다부산의 핵심 거점은 중구 용두산공원, 사하구 다대포 해변공원, 북구 화명생태공원 등으로 관광객을 해운대권에서 원도심으로 분산시키며 도시 균형과 상권 활성화를 이끌었다.
올해는 ‘전 만들기 셀프쿠킹’ ‘막걸리 팝업’ ‘낭만평상’ ‘선셋요가’ ‘야간 플리마켓’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전통주와 전을 함께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은 대기 줄이 길게 이어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
부산시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국비 28억 원을 확보했으며, 시비 7억 원을 더해 2026년까지 4년간 매년 14억 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내년에는 5월에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연중 운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관광스테이 연계 K야간관광 상품화 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수도권에 대응해 남부권 광역관광권 육성을 목표로, 공공시설을 연계한 특화 야간관광 상품과 주변 관광자원을 결합한 투어형·숙박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송도해안산책로 야간조명(2025년 2월~2026년 12월), 부산항대교 레이저 광원 경관조명(2025년 2월~2026년 12월), 화명생태공원 경관조명 정비(2023년 9월~2026년 12월) 등 야간경관 인프라 보강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 야간경관 자원인 광안대교도 12년 만에 새롭게 탈바꿈했다. 시는 ‘세븐브릿지 랜드마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107억 원을 투입해 경관조명 개선사업을 10월 완료했으며, 1만 3000여 개의 LED를 활용한 신규 조명을 이달부터 본격 운영 중이다.
시는 아울러 야간관광 육성과 명소 발굴 등의 내용을 담은 ‘부산시 관광진흥계획’을 수립 중이다. 중간보고를 마쳤으며 공론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시의 야간관광 관련 업무가 관광정책과·관광마이스산업과·도시디자인본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간 명소=체류 관광…인프라·콘텐츠 개발을
지역 여행업계는 야간관광이 체류일 확대와 숙박·식음업 매출 증대로 바로 이어지는 만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야간명소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경동야행’은 온라인 접수 3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인데, 부산도 ‘부산야행’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영도다리에서 부산대교, 롯데타워, 항만공사까지 약 1km 구간에 조명·푸드트럭·벤치를 갖추면 부산을 대표하는 야간 산책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안대교에서 동백섬, 더베이101까지 이어지는 해운대 해변 구간도 ‘빛의 거리’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야간관광의 핵심은 공간 자체에 있다. 시가 토론회 등을 열어 시민과 업계 의견을 모으고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서대 글로벌관광대학 호텔경영학과 이철진 교수는 “야간 명소가 곧 체류형 관광”이라며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평균 체류일이 6일로 서울(8~9일)에 비해 짧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꽃축제나 드론쇼 같은 대형 이벤트에만 치우치기보다 원도심이나 낙동강변 등 잠재력이 있는 지역에 소규모 상시형 야간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통영의 ‘디피랑’처럼 생태·경관을 결합한 디지털 정원형 콘텐츠나, 감천문화마을의 야간 경관화와 같은 지역별 테마형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