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실크’ 전시관 찾은 외국인 30만 명… 지역 특산품도 ‘K컬처 바람’ [브랜딩, 지역을 살리다]
④ 해외로 발 돌린 ‘로컬 브랜드’
진주 실크·영주 호미 등 브랜드
K콘텐츠 열풍 타고 수출 맹활약
차별화된 기술이 경쟁력 발휘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전시 ‘한국의 빛, 진주실크등’ 의 모습. 진주시 제공
지난달 3일 베트남에 ‘진주 실크 등’이 불을 밝혔다. 1300여 개의 실크 등이 내뿜는 은은한 빛은 하노이 시민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전시장에는 매일 수백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고, SNS를 통해 베트남 전역에 홍보되고 중이다.
진주 실크 등은 2023년 브라질 상파울루를 시작으로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에서 전시를 마쳤다. 올해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개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지난 3년간 누적 관람객 수는 30만 명에 육박한다. 유명 미술품이나 공연이 아닌 지역 특산품도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한때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던 진주 실크는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과 지자체의 로컬 브랜드 육성 의지, 세계 시장의 니즈 등 삼박자가 맞물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실크 특유의 단아함을 살린 실크 등을 시작으로 실크 화장품·실크 커피가 잇따라 만들어졌다. 이제 한류 열풍을 타고 대기업 자본 없이도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진주 실크 공동브랜드 (주)실키안 박태현 대표는 “진주 실크가 가진 스토리와 축적된 기술력이 바탕이 돼 해외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K콘텐츠 열풍이 로컬 브랜드 수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클린산업이 만든 ‘코코리’도 로컬 브랜드 해외 진출의 좋은 사례다. 천연세제인 코코리는 제주가 가진 청정 이미지에 특산품인 감귤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를 결합한 브랜드다. 상품성이 없는 ‘파치 귤’을 활용해 농민을 돕는다는 스토리도 담고 있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코코리는 브랜드 경쟁력과 한국 제품이 가진 긍정적 평가가 맞물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양홍석 제주클린산업 대표는 “공항이나 항공기에서 코코리를 사용하다 보니 해외 관심을 받았다. 사회적기업으로 홍보가 어려웠는데 해외에서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해 줘서 성장 기반을 더 탄탄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산청·함양군의 항노화 제품과 영주대장간의 호미, 부산 광안공예디자인연구소 목공예품 등도 세계로 수출되는 로컬 브랜드다. 지역이 가진 이야기와 차별화된 기술이 현대 트렌드 및 세계 시장 니즈와 결합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윤창술 경상국립대 스마트유통물류학과 교수는 “로컬 브랜드가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시대는 지났다. 자체 기술력과 SNS 등을 통한 적절한 홍보, 한류 열풍만 이용한다면 오히려 해외에서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브랜드는 다시 외국인을 부르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