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자율성 위한 첫걸음, 정치기본권 보장으로 [현장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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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 부산교사노조 교육협력 국장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 의무’ 조항이 76년 만에 폐지된다. 공무원은 앞으로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무조건 따를 필요가 없으며, 지휘와 감독 과정에서 의견을 밝히고 위법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 장치도 마련됐다. 이는 공직사회 전반에 수평적이고 전문성이 존중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교육 현장에도 큰 의미를 던진다.

교육은 교사의 전문성과 판단, 그리고 오랜 교육철학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번 개정으로 교사가 직무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교육적 판단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진다면 자율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획일적 지시를 수행하는 일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민주적 시민성을 길러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율성 확대는 제도 변화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교사가 자신의 철학과 전문성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현재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제한돼 있으며, 이는 교사 개인의 권리 문제를 넘어 학생 교육에도 영향을 준다. 정치적 신념을 전달하자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 민주주의 가치,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참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가 민주적 권리를 지닌 주체로 서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교사의 자율성과 교육철학을 확장하는 일은 교사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 미래 사회의 건강함을 확보하는 일과 직결된다. 공직사회 ‘복종 의무’ 폐지가 교직에도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현재 논의가 시작된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법제화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정치기본권 보장을 토대로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더불어 민주주의·시민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교원 연수와 전문성 개발 체계 강화 등 실질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기반이 갖춰질 때 학생도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토대를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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