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용훈 한국산림행정학회장 “부산, 입체적 자연자산 활용해 도시 이미지 끌어올려야”
금정산·백양산·장산 거대 산림축
부산 면적 45% 산림 ‘산의 도시’
녹지전략 더해 도시 경쟁력 개선
국립공원 계기 정책 숙고 필요
“‘부산은 해양도시인데 왜 산을 이야기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지요. 그러나 도시의 실제 공간 구조를 보면,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 동시에 금정산, 백양산, 장산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산림축을 가진 ‘산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간 산림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만큼,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계기로 부산의 산림 정체성이 보다 활발히 논의되길 바랍니다.”
(사)한국산림행정학회 허용훈 회장은 부산의 산과 산림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요약했다. 국립부경대학교에서 행정학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 명예교수 직을 이어오며 학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2022년 5월 공식 출범한 한국산림행정학회에서 2023년 2월 3대 회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학회는 기후변화 시대, 탄소중립이 국가적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점을 근간 삼아 우리나라 면적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을 통해 탄소중립국가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회장은 “임기 동안 총 21차례의 세미나를 개최하며 학회의 안착에 주력해 왔다”면서 “임학 전공자 외에도 행정학과 법학 등 사회과학 전공자와 AI·빅데이터 전공자를 아우르며 기후변화, 탄소흡수원 관리, 산림ESG, 산림복지 등 새로운 산림정책 영역을 다루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융합학회를 표방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올해 10월 금정산이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을 반가워하며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부산의 산림 정체성을 숙고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부산은 면적(769.89㎢)의 절반 가량인 45%가 산지로, 바다와 강, 산이 모두 맞닿아 있는 독특한 지형적 특성을 보유한 도시이다. 더욱이 금정산과 낙동강 습지, 도시공원을 연계할 경우, 부산은 ‘도시정원도시’ 또는 ‘도시공원도시’라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허 회장은 또 산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홍보해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는 해양도시는 아니지만, 호수를 중심으로 한 도시 구조에 알프스의 숲과 도시숲을 결합해 ‘세계 최고 생활환경 도시’를 구축했고, 밴쿠버는 대표적인 해양도시이지만 노스쇼어 산림(North Shore Mountains)과 스탠리파크(Stanley Park)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항만 중심 도시 싱가포르는 녹지와 정원 정책을 과감하게 강화해 ‘정원도시’를 정체성으로 확립했다”면서 “바다 또는 호수라는 물 중심 도시의 뚜렷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산림과 녹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결합해 도시 경쟁력을 높인 공통적인 전략을 부산이 잘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도시열섬 완화, 기후적응, 산림치유·복지, 생태관광 등 도시가 직면한 핵심 과제 상당수가 산림과 직결되기 때문에 부산이 산을 논의하는 것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바다만으로는 도시의 미래 비전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도달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산의 강점은 바다 또는 산, 어느 한가지 요소가 아니라, 바다와 강, 산이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적 자연자산의 균형’에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산림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현재 부산은 산림의 잠재력은 크지만 활용도는 낮은 상태”라며 “시민의 삶의 질, 기후적응, 관광, 복지, 지역균형발전 등 대부분의 도시문제가 산림자원과 연결돼 있는데도, 정작 가장 활용해야 할 자원이 충분히 쓰이지 못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하며 “금정산-도시공원-낙동강 습지로 이어지는 축을 ‘산 생태네트워크’로 통합해 관리하면, 단순한 보전을 넘어 도시 브랜드·환경·복지·관광·경제까지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산림을 ‘도시 인프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산은 바다와 강, 산림이 어루러진 몇 안 되는 도시입니다. 부산에서 산림을 논의하는 것은 새로운 관심을 펼쳐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도시 잠재력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산림이 부산의 새로운 성장 자산임을 잘 알고, 미래 도시전략에서 심도 있게 다뤄지길 기대합니다.” 허 회장은 이같은 당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