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머리카락, 시대와 예술을 잇다
■미술관 옆 미용실/유성희
미술 전시 도록 같은 표지가 눈길을 끈다. 제목도 <미술관 옆 미용실>이다. 이 책은 유명한 명화와 AI로 복원한 명화의 실사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우선 책 속 이미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1900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단위로 변화한 여성의 헤어스타일을 예술, 문화, 사회 변화와 함께 분석한 책이다. 단순히 머리 모양, 스타일을 만드는 기술을 언급한 미용 서적이 아니다. 여성의 머리를 통해 드러난 여성의 삶, 열망, 계층, 시런, 저항, 자유를 말하고 있다.
이런 책이 탄생할 수 있는 건 여성의 헤어스타일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의 정신과 여성의 태도, 이상과 생존이 반영된 사회적 신호이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이 휩쓸던 시기 단발을 선택한 건 실용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시대적 특징이다. 2차 세계대전 중 여성들은 승리를 기원하며 빅토리 롤로 머리를 말았다. 1960년에는 자유를 향한 여성의 움직임과 자연 회귀 흐름속에서 내추럴 웨이브와 히피 스타일이 등장했고, 1980년대에는 자기 표현이 폭발하며 볼륨감 있는 화려한 펌 스타일이 유행한다.
각 화보 위에 쓴 문장들은 이러함 흐름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며 결국 ‘내 머리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공감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여성의 삶과 예술이 함께 흐르는 감각적인 다큐멘터리’로 다가오기도 한다.
저자는 머리카락 한 가닥에도 시대의 공기와 개인의 감정이 엮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독자의 머리 스타일이 세상의 기준이나 유행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는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성희 지음/학고재/168쪽/2만 5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