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도스토옙스키 전작 ‘완독자들’
신간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책 표지. 바틀비 제공
‘마까르와 바르바라 두 사람의 궁상이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수홍쌤) ‘고구마를 100개 정도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 대목이 있었다.’(김관장) ‘라스꼴리니꼬프는 도끼를 사용해서 누군가를 살해했지만 난 혀를 사용해 누군가를 살해했는지 모르겠다.’(제니)
마치 드라마 비평을 연상시키는 생생한 독서 후기를 보다 보면, 새해엔 도스토옙스키 전작 읽기에 도전해야 할 것 같은 의욕이 샘솟는다. 신간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은 회사원, 목사, 연구원, 대학생, 주부 등 평범한 13명의 독서 모임 이야기를 담았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전작을 읽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이들은 1년 6개월 만에 그 목표를 달성했다. 2023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이들이 읽은 소설의 총 페이지 수는 5800페이지에 달한다.
이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출간된 순서에 따라 읽어 낸다. 독서 모임을 이끌었던 저자는 작가의 소설이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난도가 높아지고 분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고려해 이 같은 읽기 순서를 정했다고 한다. 독자들이 작가의 성장, 변천 과정을 따라가기에도 용이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의 힘이 이 시대에도 유효하고, 그 힘을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모임을 소개할 때 ‘기적’이라는 단어를 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동영상이 대세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200년 전에 쓰인 러시아 고전 문학의 산맥을 넘는 독서 모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적에 비유한다. 김영웅 지음/바틀비/312쪽/1만 95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