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분권 개헌과 행정통합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은 국민의힘 주도로 특별법이 발의되고, 민주당 정부의 찬성 가세로 지선 때 통합 단체장 선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광주와 전남도 행정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역시 지선을 통해 통합 지방정부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인구·경제 규모를 키우고, 교통망과 산업단지 등 지역 발전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메가시티가 탄생하려면 2월까지 국회에서 특별법이 처리되어야 하고, 자치의회와 주민 투표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와 시간의 압박이 부담이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여부는 행정통합의 최대 복병이다. ‘대전충남특별시법’은 양도소득세 전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일부가 지방정부 재원으로 설계되어 있다. 또 환경·고용·노동·보훈 등 사무도 가져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지방에 권한을 나눠준다는 것은 공고한 수도권 일극 체제에 파열구를 낸다는 의미다. 과연 특별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권한과 책임이 없는 채로 물리적 결합만 이뤄진다면 중앙 예속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특별법은 정치권의 분권 의지를 검증하는 계기다.
분권 개헌은 행정통합의 가장 확실한 동력이다. 이재명 정부는 1호 국정과제로 개헌을 내세웠다. 6·3 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병행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지만, 추진은 안갯속이다.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3월까지 개헌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논의를 주도할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출범하지도 못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성장’(41회)과 ‘국민’(35회)을 강조한 반면 ‘개헌’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국회에 공을 넘겼다. 재적 3분의 2 이상의 동의 조건을 행사할 국회에서는 정치적 대립 격화로 개헌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부산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지지가 역대 최고인 59.9%(부산)와 52.4%(경남)로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연말 다른 조사에서도 동시 투표(66.6%)와 여야 합의 무산 시 분권 개헌만이라도 추진(71.2%)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소멸 위기감이 분출한 결과다. ‘5극 3특’, 메가시티, 행정통합, 지방 시대…. 표현은 달라져도 핵심은 명확하다. 중앙정부가 입법·재정·행정·조직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 균형발전의 출발점이다. 불과 5개월 앞둔 지선은 행정통합과 분권 개헌의 시험대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에 매달리면 지방분권은 고사한다. 지역의 미래를 볼모로 한 희망 고문은 이제 끝나야 한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