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밀 넘긴 부산 경찰 4명, 변호사 2명에 이어 ‘법정행’
금품 받고 법무법인 사무장에 정보 제공
수사 정보 받은 변호사 2명, 이미 재판 중
부산지검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에서 금품을 받는 대가로 법무법인 사무장에게 수사 기밀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 4명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돈을 주고 수사 정보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소속 변호사 1명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서정화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부산 경찰관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7일 밝혔다. 부산 일선 경찰서 소속 경위 A 씨와 경감 B 씨, 범행 당시 부산시경 소속 경감이었던 C 씨와 부산 다른 경찰서 경위였던 D 씨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8월 뇌물 공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부산의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E 씨와 변호사 F 씨를 기소했다.
A 씨는 2023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E 씨 법무법인 사무장에게 마약 사건 공범 진술 내용, 소변 감정 결과, 구속영장 신청 계획 등 수사 기밀을 3차례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2023년 10~11월께 특수강간 사건 공범 검거 상황, 구속영장 신청 계획 등 수사 기밀을 같은 사무장에게 두 차례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E 씨 법무법인 사무장은 퇴직 경찰로 평소 이들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C 씨는 2023년 1월께 현직 경찰관이자 같은 법무법인의 또 다른 사무장 부탁을 받고 경찰 내부망에서 특정인 지명수배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D 씨는 2021년 2월 담당한 강간 사건 피의자가 ‘불기소 방향으로 조서를 받았다’는 사건 처리 계획을 같은 사무장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현직 경찰관이었던 이 사무장은 2023년 11월 질병으로 숨졌다.
검찰은 수사 끝에 지역 법무법인과 경찰 사이 유착 관계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대표변호사 E 씨는 사건 수임과 수사 정보 취득을 목적으로 현직 경찰관을 사무장으로 고용해 2022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급여 명목 등으로 2600만 원 상당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다. 2021년 2월부터 2023년 3월까지는 총 10회에 걸쳐 형사 사건을 소개받고 그 대가로 돈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사 F 씨는 2023년 6월부터 9월까지 사기 고소 사건 등을 소개받고, 그 대가로 580만 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해당 법무법인이 전관예우를 악용해 전·현직 경찰 인맥을 동원한 후 영장 신청계획, 실시간 검거 현황, 감정 결과 등 핵심 수사 기밀을 지속적으로 빼냈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에게 “경찰 수사팀과 이미 얘기가 다 돼 있다”며 사건을 수임할 때 고액의 수임료를 요구했고, “지금은 증거가 없으니 일단 부인하자”고 유도해 수사 상황 왜곡을 시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역 토착형 ‘법조·경찰 유착 비리’ 실체를 규명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경찰관이 신분을 유지한 채 법무법인 무등록 사무장으로 활동하며 ‘로비 창구’ 역할을 해온 실태를 적발했다”며 “수사 기밀 유출이 증거 인멸과 진술 조작으로 이어져 형사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는 실제 모습을 확인해 관련된 이들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직 경찰관들 비위 사실을 소속 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며 “피고인들 범행이 사법절차 방해로 이어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