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분관 유치 반대 집단전 ‘퐁·반 500展’ 개막
부산 20여 개 갤러리서 릴레이 전시
27일 금련산역갤러리서 종합 오프닝
참여 작가 440명, 서명 700명 넘어
“부산 미술인들 문화적 항거” 기록
지역 예술 생태계 회복 촉구하기도
27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련산역갤러리에서 ‘퐁·반 500, 부산미술인 한마음展’ 선언식과 종합 오프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4일 부산 전역 20여 개 갤러리에서 릴레이 전시 ‘퐁·반 500, 부산미술인 한마음展’(이하 퐁·반 500展)을 시작한 가운데 27일 오후엔 수영구 금련산역갤러리에서 선언식과 종합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부산미술협회 퐁피두 분관 유치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하고, ‘퐁·반 500전’ 집행부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부산 미술인 약 120명이 참석해 성백 작가의 퍼포먼스, 선언문 낭독, 찬조 발언, 전시 경과 보고, 구호 제창 등으로 진행했다.
27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련산역갤러리에서 ‘퐁·반 500, 부산미술인 한마음展’ 선언식과 종합 오프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성백 작가의 퍼포먼스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이번 전시는 부산시가 추진 중인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사업과 그에 따른 이기대 지역의 난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미술인들의 집단적 예술 행동이다. 이들은 “부산시가 시민과 미술계에 충분한 설명과 정보 공개 없이 해외 유명 미술관 분관 모델을 시민 세금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관광 홍보와 정치적 성과에 치중한 채, 자생적인 미술 생태계 조성이라는 본래의 문화정책 목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퐁피두 분관 유치와 함께 거론되는 이기대 일대의 난개발 계획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대책위는 “이기대는 숲과 바다, 빛과 바람이 어우러진 ‘자연의 미술관’으로, 부산 예술의 뿌리를 이뤄온 공간”이라며 “이를 콘크리트 개발로 훼손하는 것은 환경뿐 아니라 예술적 기반을 함께 파괴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27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련산역갤러리에서 ‘퐁·반 500, 부산미술인 한마음展’ 선언식과 종합 오프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김성헌 ‘퐁·반 500展’ 집행부 임원의 선언문 낭독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대책위는 이번 ‘퐁·반 500’ 전시의 의미를 “개인의 명성이나 상업적 이익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개발 논리 뒤에 가려진 문제를 예술인의 양심과 감수성으로 드러내는 집단적 양심의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예술은 개발의 장식이나 면죄부가 아니라 도시의 양심”이라며, 퐁피두 반대를 넘어 “부산이 외부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 예술 생태계에 기반한 항구적 미술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문화적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참여 작가는 27일 현재 440명, 참여 화랑은 26개소에 이르며, 퐁피두 분관 유치 반대와 이기대 보존을 위한 서명자는 7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도 참여 갤러리와 작가 수가 계속 늘어나며, 지역 미술계의 연대가 확산하고 있다.
27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련산역갤러리에서 ‘퐁·반 500, 부산미술인 한마음展’ 선언식과 종합 오프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퐁·반 500展’ 임원 소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퐁피두 분관 반대 부산 시민·사회·문화대책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옥영식 원로 미술평론가는 “‘퐁·반 500’ 전시는 부산 미술 사상 유례없는 문화적 사건이자, 문화적 항거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 선언문은 향후 부산 미술사가 제대로 쓰인다면 반드시 기록돼야 할 문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행동은 단순히 한 분관 유치에 대한 찬반 문제가 아니라, 부산 문화가 과연 스스로 문화적 자유·자주·자존을 누리고 있는지 묻는 말”이라고 말했다.
‘퐁·반 500전’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차동수 원로 작가는 “부산은 세계적인 미술가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갖췄으나 행정의 권위적 정책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후배 세대를 위해, 그리고 예술의 뿌리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 일어섰다”고 밝혔다.
남송우(부경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는 “문화·정치·경제 모든 측면에서 종속성을 강화하는 비밀 문건으로 퐁피두 분관 유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민으로서 용납하기 어렵다”며 “이 싸움은 이제 미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현안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퐁·반 500, 부산미술인 한마음展’ 선언식과 종합 오프닝 행사가 열린 27일 오후 금련산역갤러리 한쪽 전시장 풍경. 김은영 기자 key66@
‘퐁·반 500, 부산 미술인 한마음展’ 리플렛. 부산미술협회 퐁피두 분관 유치 반대 대책위원회 제공
한편, 대책위는 “이번 전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 실천, 추가 서명 운동, 심포지엄과 토론 등을 통해 퐁피두 분관 유치 철회와 이기대 보존, 그리고 부산의 자생적 문화정책 수립을 위해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