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⑥ 문경 성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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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세운 바위군 기세도 등등하네

첩첩 산중 산의 도시,경북 문경. 그 수식에 걸맞게 문경은 명산 절승이 널렸다. 주흘,황장,조령,희양산이 절경이고 백화,대야,조항,운달산이 걸작이다. 때문에 문경시와 문경인들의 산사랑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자치단체로서는 가장 발빠르게 고장의 명산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고 산악회로서는 전국 최고의 열정으로 고향의 명산을 가꾸고 보존해 왔다.

이번 주 산&산은 바로 그 문경시와 문경인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문경읍 소재 성주봉(960m)을 찾았다. 운달산(1,097m)의 지봉인 산은 1,000m 넘지 않지만 장군 형상의 기세 등등한 산세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하얀 거벽으로 깎아세운 암봉미는 일대 최고의 경관으로 손꼽힌다. 주변 명산에 가려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 장쾌한 모습을 볼 수 없어 문경인들만 소리 소문 없이 즐겼던 산이다.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입소문을 통해 정체가 알려진 성주봉은 산을 안다하는 사람들에겐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험준한 산세로 인해 함부로 오를 수 없었던 것도 그간의 사정. 결국 사고를 우려한 문경의 산악회에서 길을 내고 여러군데 밧줄을 설치한 이후에야 비로소 일반인들도 널리 찾게 되었다.

코스는 당포리를 출발,성주사~종지봉∼헬기장∼전망대∼706m봉~정상∼삼거리∼반석골로 내려와 당포리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형이다. 산행시간도 휴식을 포함해 4시간이면 충분해 부산서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물론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운달산까지 코스를 연장하려면 부산에서 2시간 정도 더 일찍 출발하면 된다.

산행은 당포리에서 시작된다.

당포리는 문경읍 온천단지에서 신북천을 오른쪽으로 끼고 동로면 방면 901번 지방도를 10분쯤 달리면 당포교를 지나 오른쪽 산촌마을로 다가온다. 마을 어귀에서 고개를 들어 왼쪽을 쳐다보면 서울의 북한산 마냥 흰 바위 절벽이 인상적인 산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성주봉이다. 어귀에서 산행 기점까지는 약 700m 정도. 마을회관과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숲을 이룬 자연쉼터를 지나면 길 왼쪽으로 '장군봉 성주사' 입간판과 '현위치 당포1리 마을회관'이라 적혀있는 목책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개울을 가로지른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 고샅길을 10분쯤 더 올라가면 슬레이트로 지붕을 올린 성주사에 닿는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기도처와 요사채 사이 산쪽으로 난 비탈길을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여기서 종지봉까지는 약 30분 소요. 60도 이상 경사각을 이루고 있는 슬랩(경사진 바위벽)은 소나무 숲이 끝나면 바로 만난다. 슬랩의 높이는 약 100m 정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아찔해 보이지만 발을 디딜 수 있는 돌출 부위가 많고,무엇보다 밧줄이 매여 있기 때문에 별다른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혹시 이마저도 신경쓰인다면 슬랩 옆으로 난 우회로를 이용하면 된다.

종지그릇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종지봉은 슬랩을 통과해 봉우리 왼쪽 사면으로 이어진 10m 높이의 직벽을 통해 오른다. 물론 여기에도 밧줄이 설치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종지봉을 내려서면 등로는 급경사 바위능선으로 떨어진다. 이 곳 역시 밧줄이 매여 있다.

종지봉을 내려서면 등로는 헬기장을 지나 제1전망대까지는 비교적 평탄하게 이어진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과 노송이 멋진 그림을 만들고 있는 전망대에 닿으면 성주봉이 한층 가깝게 보인다. 주위의 봉우리들을 호령하듯 홀로 하늘로 치솟은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곱게 빗은 머리결처럼 가지런히 흘러내린 바위절벽 억겁의 풍상도 인상적이다. 전망대까지 약 20분 소요.

전망바위를 지나 안부에 내려서면 암릉이 잇따라 나타난다. 직벽으로 올랐다가 곧바로 직벽으로 떨어지는 수직세계의 짜릿한 전율이 서너차례 되풀이되는 구간이다. 물론 산행자는 갈지자 형으로 오르거나 밧줄을 이용,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표고의 차이가 생생한 스릴로 뜨거워지는 곳이다. 실제로 발에 차인 돌이 낙석이 되어 떨어지는 소리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60분 소요.

정상은 교실 반 만한 공간에 바위와 흙이 반반씩 있는 조그만 봉우리다. 아래에서 본 것과 달리 숲이 우거져 주변 조망이 시원하지 않다. 하지만 나무닢 사이로 모산인 운달산이 동쪽에 우뚝하고 서남쪽으로 문경읍과 주흘산이 시원하다.

하산은 운달산 방면으로 열려있다. 미끄러질 듯한 급경사로 내려가면 바위끼리 U자형 계곡을 이룬 안부에 닿는다. 여기에서 길은 바위벽을 타고 옆으로 이어지는데 성주봉 코스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문경시에서도 이점을 감안해 굵은 마닐라삼으로 일반 밧줄을 대신하고 있다.

바위 안부를 오른쪽으로 통과하면 길은 동서방향의 능선을 버리고 남쪽 계곡쪽으로 떨어진다.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삼거리까지는 3분 거리. 부산에서 일찍 출발했다면 다시 능선으로 에둘러가는 등로를 따라 운달산을 다녀올 수 있다. 약 70분 소요.

반석골을 거쳐 당포리로 되돌아 가려면 삼거리 바로 아래 Y자 고목부터 시작되는 너덜길을 30분쯤 걸어야 한다. 너덜이 끝나는 반석골에는 옛날 한 장수가 말을 타고 가다가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반석폭포가 오른쪽으로 건너 보인다.

반석폭포에서 법장골 농로로 내려서면 당포리까지 20분이면 닿는다.

산행문의 생활과학부 레저팀 051-41-4097,이도현 산행대장 016-853-1902. 글 = 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사진 = 이재찬기자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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