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난청의 치료와 인공와우 이식술] '와우'를 만났다… 떠났던 소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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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는 소리를 수집하고, 증폭하며, 분석하는 기능을 하는 인공 달팽이관이다. 안테나와 어음처리기는 헤드셋처럼 귀 뒤쪽에 붙이고, 수용자극기와 전극은 귀 내부에 심는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최근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국내에 21만 9천 명 정도의 청각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총 장애인구의 4.3%에 해당하며 전체 인구의 0.41%에 달한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청각 장애인구도 늘어나는데 대부분은 50대 이상이다. 청소년기 미만도 전체 청각장애인의 약 2.1%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난청이 노년층에 집중 되었으나, 최근에는 소음 공해, 사업장의 소음, 고음 헤드폰 사용 등으로 젊은층에도 소음성 난청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청력검사 기술이 크게 발달해 영유아기 때 난청을 확인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부산에 사는 70대 초반의 K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아들을 간병해야 하는 처지다. 할머니의 한쪽 귀는 정상이고 다른 한쪽에만 난청이 있었지만 생활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청각이 급격히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이 생겼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가 들리지 않자 할머니는 인공와우 이식을 강력히 원했다. 시술은 성공적이었고 언어치료를 받으며 재활을 적극적으로 한 결과 TV 시청과 대화를 나누는데 불편함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


고음 헤드폰 사용 등 원인
젊은층 난청 환자 증가

고도 난청환자인 경우
보청기 착용으론 한계

보험적용 확대·기술 발달로
시술 사례도 점점 늘어


난청 원인은 여러가지다. 크게 유전적인 원인과 환경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는 가족 중에 난청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자녀에게서 난청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큰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거나 독성 약물의 섭취, 만성 중이염 등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경우도 많다.

소아에서는 중이염으로 인한 난청이 가장 많고 대부분 약물요법이나 수술적 치료로 청력의 회복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면서 귀에 특별한 염증 소견이 없어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되는 노인성 난청은 대개 40, 50대에 진행된다. 대부분의 경우 달팽이관 내 청각 구조물의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

소음은 귀 안쪽의 내이에 손상을 일으켜 난청을 유발하는데 소음성 난청은 4천㎐ 영역의 고음역대에서 진행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처음에는 인식을 하지 못하다가 계속 소음에 노출되면 일반회화 음역인 2천~3천㎐까지 파급되어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정상적인 청력을 회복하는 것이 대부분 불가능하다. 직업상 불가피하게 소음환경에 노출되는 음악가, 군인, 굴착기사, 공장노동자, 소형 헤드폰을 장시간 끼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도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귀가 잘 안 들리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을

난청이 의심될 경우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서 여러가지 기본적인 검사를 해 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병력 청취를 통해 난청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고 고막검진과 청력검사를 통해 1차 진단을 하게 된다.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방사선 검사나 정밀한 청력검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검사 결과를 종합해 난청의 종류나 정도를 평가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전음성 난청은 외이, 고막, 중이 등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의 장애로 발생하는 난청이다. 대체로 청력 회복이 가능하며 보청기를 통해서도 개선이 비교적 쉽게 될 수 있다.

반면 내이의 달팽이관에서부터 대뇌의 청각중추에 문제가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심한 경우 100㏈ 정도의 큰소리를 들려주어도 못 듣을 수 있다. 중등도와 중등고도 난청까지는 보청기를 통해 청력 개선을 시도한다. 하지만 고도 난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보청기의 효과가 한계를 보이고 있어 인공와우 이식술과 같은 수술을 하게 된다.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청력 개선

인공와우는 소리 자극을 전기자극으로 바꾸어 청신경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외이와 중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내이의 달팽이관 내에 존재하는 청신경 말단부에 직접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것이다. 인공와우가 소리를 수집하고 증폭하며 분석하는 기능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인공와우 이식술이란 이러한 장치를 환자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인공와우는 어음처리기, 마이크, 안테나, 수신기로 구성되고 수술을 통해 수용기와 전극을 내부에 심게 되고 안테나를 피부에 붙이게 된다. 이러한 인공와우 이식술은 신경세포가 손상 받은 고도 난청 환자에게 소리를 듣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라고 할 수 있다.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때에 인공와우 이식을 권한다. 양쪽 청력 평균치가 70dB 이상(청력은 dB이 높을수록 안좋음)일 때 해당된다. 고도이상의 난청인 경우 추가적인 언어평가 검사를 거쳐 인공와우 이식술이 적용되는지 최종 확인하게 된다.

2005년부터 한쪽 귀에 대해서 의료보험이 적용되면서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는 난청환자가 증가했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는 15세 미만의 경우 양쪽 귀가 보험 적용이 되면서 더 많은 난청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이비인후과 백무진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 후에도 재활 프로그램을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 인공와우는 전기신호를 통해 소리를 듣는 것이기 때문에 장치에 익숙해지는 훈련과 언어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청각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언어장애를 같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청력이 점차 회복되면 언어치료사의 지도를 받으며 발음교정 치료를 6개월 정도 병행해야 한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도움말=해운대백병원 난청·인공와우 클리닉 백무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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