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앙고 농구부, 기적을 쏜 '헝그리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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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앙고 농구부 선수들. 사진 왼쪽부터 홍순규, 배규혁, 천기범, 허재윤, 정강호 선수. 이재찬 기자 chan@

농구는 5명이 출전하는 경기다. 교체선수까지 포함한 엔트리는 12명이다. 그 정도는 있어야 경기 도중 부상, 5반칙 퇴장 선수가 나올 때 대처할 수 있다. 그런데 예비선수 하나 없이 5명만으로 전국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따낸 기적 같은 팀이 있다. 바로 강양현 코치가 이끄는 부산 중앙고(교장 진광효) 농구부다. 이들은 최근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중고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들이 일군 기적 같은 이야기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중앙고는 추승균, 오성식 등 한국농구를 좌지우지했던 대스타를 배출한 농구 명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농구 인기가 식으면서 농구 부원도 크게 줄었다. 중앙고 농구부 선수는 모두 9명이다. 다른 학교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숫자다. 그나마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6명에 불과했다. 천기범, 배규혁(이상 3학년), 정강호, 홍순규(이상 2학년), 허재윤, 정진욱(이상 1학년)이 그들이었다. 1학년 선수 3명은 경남에서 전학을 왔기 때문에 규정상 출전할 수 없었다.

전국대회 참가 부산 중앙고 농구부
교체 선수도 없이 투혼의 준우승


그렇다고 다른 6명이 다 화려한 선수들은 아니었다. '이들이 어떻게 준우승을 일궈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강 코치는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길거리 농구를 하던 선수 2명을 발탁했다. 홍순규와 정강호였다. 홍순규는 원래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선수였다. 그의 친구가 인터넷 카페에 '홍순규는 키가 크고 운동을 잘 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본 강 코치가 스카우트해 농구부원이 됐다. 정강호는 길거리 농구 대회에서 키가 크고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 발탁됐다. 여기에 허재윤은 중학교 시절 한 번도 주전으로 뛰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멤버에 부상 선수라는 악재가 겹쳤다. 정진욱이 대회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쇄골을 다쳐 남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것. 이제 남은 선수는 5명뿐이었다. 이들에게 교체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중앙고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신림고(85-42), 제물포고(84-64), 홍대부고(69-58), 광신정보산업고(77-64), 안양고(74-40)를 연이어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최선을 다해 용산고에 맞섰지만 5명만으로 5경기를 치르느라 떨어진 체력을 만회하지 못했다. 여기에 경기 도중 2명이 5반칙 퇴장당하는 바람에 막판에는 3명만으로 상대 5명과 싸우는 눈물겨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결국 63-89 패배. 강 코치는 "너무 경기가 치열해 점수 차가 그렇게 크게 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배규혁은 "우리의 농구는 패밀리 농구"라고 평가했다. 가족 같은 농구를 했다는 이야기다. 서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편하게 지내면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두 애썼다는 이야기다. 정진욱이 다친 이후 유니폼에 정진욱의 이름을 새겨 경기에 출장한 동료애가 그들의 가족 농구였다.

극적인 드라마 농구를 펼친 중앙고 선수들은 이제 학교에서 인기 스타다. 진광효 교장은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모두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한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주장 천기범은 "우승을 하고 싶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주목을 받는 데 그쳤지만 다음에는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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