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응팔'과 '꽃청춘' 그리고 평범한 대학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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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끝나고 제법 따뜻해져가던 어느날, 박보검은 날씨처럼 화사한 모습이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바둑을 제외하면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어 쌍문동 4인방으로부터 '등신'이라고 놀림 받던 최택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날 박보검은 '등신 최택'은 TV 속에 남겨두고 왔다.  

"저 신발끈 잘 묶어요.(웃음) 최택의 약간 어리바리한 면모는 저랑 달라요. 그런데 주차가 어려운건 저나 최택이나 똑같더라고요."

'응팔'이 끝난지 한 달 넘었지만 여전히 박보검에게서는 최택의 모습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는 "바둑을 좀 더 깊게 연구했었더라면 완성도 높은 최택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바둑 기사가 봤을 때 "바둑 둘 줄 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그였다. 하지만 그 말을 한 번도 들은 적 없다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다.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약 3개월 동안 최택에 빠져 지냈다. 대중의 환호와 달리 그는 여전히 '어남택'이 얼떨떨하다. 단지 대본이 재미있어서 충실하다보니 자신에게 영광(?)이 오게 됐다고만 생각했다. 
 
"사실 저도 '어남류'였어요. 정환(류준열)의 행동과 대사만 봐도 제가 설렐 정도였는데, 준열이 형은 그 이상을 보여줬어요. 남자가 봐도 설렐 정도로 표현하니 당연히 정환과 덕선(혜리)의 사랑을 예상했죠."
 
그래도 막상 사랑을 쟁취하게 되니 로맨스 욕심이 생겼다. 환호성을 지르는 여성팬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다. 
 
"'응팔' 마치고 나니 사랑하는 사람과 예쁘게 결실을 맺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경험해보고는 싶어요."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빛을 본 배우들의 차기작은 아쉬움이 남을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보검은 "'응팔' 덕분에 제 이름과 얼굴 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후는 제 노력 여하에 달려있을 뿐"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노력하고 준비한 만큼 자신감이 생긴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해온 그는 "작은 역할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제게 큰 역할"이라며 "무엇이 됐든 기본은 연기다"라고 기초부터 튼튼히 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 '꽃보다 청춘 in 나미비아', 광대 승천하는 박보검

'응팔'에서 최택은 다른 인물들과 함께 하는 장면이 적은 편이다. 쌍문동 5인방으로 활약했지만, 사실 그는 대국 장소, 기원, 호텔, 자기 방 등 바둑과 관련해 홀로 있는 모습이 많았다.

때문에 박보검은 형들과 많이 함께 하지 못한 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때 나영석 PD의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이하 꽃청춘)' 납치는 박보검에게 고마운 사건(?)이었다.

이미 방송을 통해 확인했듯,  '납치 in 푸껫'에 박보검은 없었지만 하루 차이로 형들과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만나 즐거운 여행길에 오르게 됐다. 여행 이야기가 나오자 박보검의 입꼬리는 광대에 걸렸다.

"'꽃청춘'에 출연한 것은 복받은 거에요. 제가 언제 아프리카를 가보겠어요. 아프리카라고 하면 보통 사막이나 오지가 떠오르는데, 나미비아는 생활 시설도 생각보다 잘 돼있고, 사막조차도 볼거리가 있었어요. 주민들은 얼마나 친절한데요."

박보검은 되돌아볼수록 행복했던 기억이었다며, 특히 기린이나 코끼리 같은 동물들을 많이 봤다고 어린 아이처럼 자랑했다.

특히 박보검은 오른손을 반듯하게 펴더니 검지손가락만 반으로 접은 모양을 보여주며 "이 손 모양이 나미비아 지도랑 같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주민분들이 다 알아보고 함께 웃는다"고 하나의 추억을 꺼내보였다.

이처럼 즐거웠던 여행이기에 박보검은 형들과 함께한 모든 것이 생생했다.

"준열이 형은 엄마 같이 우리를 계속 이끌었어요. 형이 늘 먼저 영어로 물어보고 숙박시설도 해결하고 그랬죠. 재홍이 형은 아빠처럼 든든해 대장님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요리를 잘해요. 경표형 별명은 '고캐셔'였어요. 금전적인 부분을 비롯해 뒷바라지 해주셨어요."

막내였던 박보검은 그냥 여행을 즐겨도 됐지만, 형들이 다 해주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운전대라도 잡아 형들을 돕고 싶었지만, 방송에 나왔듯이 후진 사고를 치고 말았다. 박보검은 "짐만 된 거 같아 죄송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꽃청춘'에 나왔던 여행지들은 다 화제가 되며 인기 장소로 떠올랐다. 나미비아도 그렇게 될까? 박보검은 그럴지도 모른다며 나미비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 대한 팁을 전수했다.

"나미비아에서는 화장실 사용시 돈을 내야해요. 그리고 빅토리아 폭포 보러 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곳은 짐바브웨에 있어 화폐 구분을 잘 하셔야 해요. 아프리카니까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은 기본이고. 카메라 꼭 챙기세요."

▲ 학교에서는 평범한 대학생, "수강 신청 망했어요"

박보검은 '너를 기억해', '응팔' 등을 통해 드라마에서 자신을 각인시켰고, '꽃청춘'으로 예능에서도 얼굴을 알렸다. 각종 광고 촬영 스케줄까지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학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명지대 뮤지컬학과에 재학중인 박보검은 "수강신청 망했다. 정정기간을 노리고 있다"라며 울상이다. 전공을 보면 알 수 있듯 음악에도 뜻이 있다. 애초에 박보검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 자신의 연주 및 노래 영상을 여러 회사에 보냈다. 그 중 싸이더스가 가장 먼저 연락을 보냈다. 하지만 싸이더스는 박보검의 외모를 보고 배우를 추천했다. 이후 소속사를 옮겼지만 지금의 박보검까지 오게 된 것이다.

박보검은 "지금도 노래가 좋아 떠오르는 코드나 멜로디를 녹음하곤 한다"며 "아직 음악적인 역량 부족하지만 기초를 탄탄하게 배워놔서 언젠가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박보검은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박보검은 학교를 용인으로 다닌다. 왕복 4시간 거리로 시간은 물론 체력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박보검에게 별 문제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촬영 때문에 수업에 소홀해진다면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미안할 것"이라며 "그래서 배울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박보검은 팬들을 향한 걱정도 꼭 전해달라 했다. 박보검은 등하교를 포함 개인적인 일정에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팔' 이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자 안전사고가 걱정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다.

"아직까지는 제 옆에 오셔서 '박보검이냐'고 묻는 분들이 별로 없지만 아무래도 안전 사고가 걱정돼요. 그렇다고 택시 타기에는 학교가 너무 멀어서요.(웃음) 앞으로 절 보게 되시면 가볍게 눈인사 정도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데뷔한 지 5년이 된 박보검은 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팬들로부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박보검은 그저 할일을 하는 것 뿐인데 과분한 사랑을 주신다며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사랑 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그런데 요즘 선물 많이 주시더라고요. 저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제게 주시기보다 맛있는거 사 드시고 부모님이나 친구분들께 선물 해주시는 게 오히려 저는 더 기쁠거에요."
 
사진=강민지 기자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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