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과감하게 태세전환" 스타트업 성장의 주요 포인트는 '피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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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중개 앱 '직방', 간편송금 앱 '토스', 배달앱 '배달의 민족', 핸드메이드 마켓앱 '아이디어스', 쇼핑몰 모음앱 '지그재그'….
 
각 분야 선두 서비스로 자리 잡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숱한 사업 아이템 실패를 거듭한 끝에 개척해 낸 콘텐츠라는 점이다.
 
과거엔 이 같은 피버팅(pivoting, 사업모델 전환)이 사업실패에 따른 최악의 수로 꼽혔다면 최근엔 기존 노하우를 활용, 회사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처럼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배달의민족', '토스' 등 피버팅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면서 IT벤처 스타트업들의 피버팅 사례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스타트업 강점 살려 상황따라 과감한 도전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은 IT벤처업계 사이에서 대표적인 피버팅 성공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 창업주인 김봉진 대표는 당초 친형과 함께 전화번호 데이터를 모아 114와 같은 전화번호 소개 앱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단 2명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사업방향을 바꾸는 '피벗'을 선택했다. 전체 전화번호 DB를 모으는 대신 '음식점'으로 영역을 좁혔고, 여기에 주문과 배달이라는 신규 아이디어를 추가,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시켰다는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올해부터는 사업전략 방향을 '치킨을 넘어서(Beyond Chicken)'로 잡고 배달 음식의 고급화, 다양화 등 시장 영역확대에 집중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배민라이더스(외식배달), 배민프레시(모바일 반찬 배송), 배민쿡(쿠킹박스 정기배송), 배민키친(공유주방), 배민셰프(레시피 저작권 개념) 등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종합 푸드테크 기업으로 성장중이다.
 
또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자체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배민데이빗'을 출범하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음식, 맛, 양, 취향, 상황 등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된 우리말 표현을 배우고 익혀 이용자들이 더 쉽고 편한 방식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서비스 매각 자금으로 씨드머니 마련 '재도전'
 
여성 쇼핑몰 모음앱 '지그재그'로 유명한 크로키닷컴(대표 서정훈)의 시작은 영어 어휘학습앱 '비스킷'이었다.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웹 브라우저에서 검색하고 싶은 단어를 복사하는 것만으로 뜻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서비스다.
 
크로키닷컴은 이를 말랑스튜디오에 매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여성 의류 쇼핑몰 모음 서비스 '지그재그'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지그재그'는 서비스 1년 반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여성들의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6월 현재 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일 평균 8천개의 신상품들이 등록되고 있다.
 
특히 월평균 150만 이상의 이용자가 '지그재그'를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거래액 2천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평균 월 거래액은 300억원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 '아이디어스' 백패커, 칠전팔기…앱 50여개 제작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대표 김동환)는 2012년 창업 이후 약 50개에 이르는 앱을 출시한 적 있는 독특 이력의 기업이다.
 
이 중 '굿슬립'과 '푸시단어장'가 각각 1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하며 수억 원의 매출을 발생, 새로운 도전을 가능케 한 씨드머니를 만들어주게 됐다.
 
백패커는 이 같은 도전 끝에 2014년 내놓은 '아이디어스'로 급성장 중이다. 현재 이 앱은 누적 다운로드 수 230만 건, 누적 거래액 260억원을 기록중이다.
 
특히 등록된 작가 가운데 80%가 월 매출 200만원, 5%가 연간 매출 2억원 이상을 달성하며 수공예품 작가들에게 새로운 판매 활로를 열어줬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개인 오디오 방송 '스푼라디오'로 25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마이쿤(대표 최혁재)도 피버팅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는 휴대폰의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서비스인 '만땅'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본엔젤스와 IDG벤처스로 부터 투자를 받고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미국 실리콘벨리 500스타트업 배치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스마트폰의 배터리 일체화로 인해 '만땅' 서비스는 큰 빛을 못보고 접어야 했다.
 
이후 내놓은 서비스가 작년 3월 선보인 '스푼라디오'다. 스푼라디오는 누구나 실시간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으며, 팟캐스트와 동일하게 녹음방송과 파일업로드 방식을 지원해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술력, 영업력 등의 강점을 가진 팀은 회사 상황에 따라 스핀오프나 피버팅 등으로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다"면서 "결국 스타트업은 회사가 하고자 서비스에 적합한 팀을 얼마나 섬세하게 구축하냐에 따라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평가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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