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 차별' 더는 안 된다] 5. 취수원 다변화의 힘 - 파리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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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취수원 102곳… 몇 군데 오염돼도 안전한 수돗물 공급

파리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다변화된 취수원을 확보하고 독립적인고 탄력적인 수돗물 공급 시스템을 갖춰 강 오염 사고 등에 대비하고 있다.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 앞에 설치된 수돗물 음수대에서 한 시민이 수돗물을 담아가는 모습. 파리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다변화된 취수원을 확보하고 독립적인고 탄력적인 수돗물 공급 시스템을 갖춰 강 오염 사고 등에 대비하고 있다.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 앞에 설치된 수돗물 음수대에서 한 시민이 수돗물을 담아가는 모습.

지난해 8월 낙동강은 유례없는 폭염에 녹조가 창궐하자 정수장에도 과부하가 걸려 취수 중단 위기까지 갔다. 만약 취수가 중단됐다면 부산은 ‘식수 대란’을 피할 수없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수돗물을 제공하려면 취수원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체 취수원에서 물을 확보해 공급할 수 있는 전략은 필수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올해 4월 취수원 한 곳에 문제가 발생해 취수를 중단했지만, 다양한 취수원을 두고 탄력적인 물 공급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원수의 50% 지하수로 구성

나머지 센강·마른강의 표류수

올 4월 마른강 오염 사태 발생 때

탄력적 수돗물 시스템으로 해결

시민 이용 만족도 90%에 달해

강 통합 관리 ‘유역위’ 권한 막강

■취수원 다변화, 안전성에 필수

5월 27일 오후 프랑스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 앞 수돗물 음수대에서는 시민들이 가져 온 물통에 물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이한 점은 음수대에서 일반 수돗물뿐만 아니라 탄산수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것.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 마케팅을 위해 6곳에 탄산수 음수대를 설치했는데, 탄산수를 애용하는 시민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음수대에서 물을 받던 한 시민은 “항상 수돗물을 믿고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하루 50만t의 마시는 물을 생산해 300만 명에게 공급하고 있다. 원수의 50%는 지하수이고, 50%는 센강과 마른강의 표류수다. 특히 지하수를 포함한 취수지점이 102곳에 이르며, 파리 외곽의 지하수를 끌어들여 도수교를 통해 100㎞까지 이동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리는 이처럼 취수원이 독립적이고 다양하다 보니 한 곳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올해 4월만 하더라도 파리시의 취수원이 있는 마른강에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마른 강에서 하루 동안 취수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의 취수원에서 안정적으로 물을 끌어들였기 때문에 파리시민들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파리시는 다양하고 독립적인 취수원 확보를 통해 고도로 탄력적인 수돗물 공급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여기에다 매년 30만 회의 미생물학 또는 물리화학적 지표 분석을 통해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덕분에 파리 시민의 80%는 수돗물을 마시고 있으며 만족도는 90%에 이르고 있다.

파리시 상수도사업본부 리차드 호레이스트 물 안전 담당자는 “물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특정 회사의 물 공급에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는 공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협력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놓았다”고 강조했다.

■확고한 오염자 부담 원칙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하수처리 미비로 강 오염이 심각해진 데다, 수도세가 국방세 등 다른 곳에 사용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수질 개선을 1차 목표로 6개의 ‘유역위원회’를 결성해 강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유역위원회는 프랑스 정부 환경부 산하의 공적인 기구로, 강 유역의 인사를 중심으로 사무국을 구성하고 있다. ‘센-노르망디 유역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는 센-노르망디 유역은 프랑스 영토의 18%, 인구는 1800만 명에 이른다. 센-느르망디 유역위원회의 2017년 한 해 예산은 8억 유로로,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규모다.

유역위원회의 막강한 권한 중 하나는 수자원과 수생 생물 보호를 위해 세금을 징수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원칙은 간단하다. 강을 오염시키거나 사용하면 돈을 내야하고, 수자원을 보호하면 보조금을 획득하는 것이다. 센-노르망디 유역위원회가 거두고 있는 세금 비중을 살펴보면 ‘가정에서 또는 경제활동으로 유발하는 오염에 대한 과세’가 80.86%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가정·기업 물 소비세(9.62%) △농약 등 확산 오염 과세(3.85%) △산업 및 경제시설 과세(3.77%) 등의 순이다.

보조금의 경우 ‘가정 폐수 처리’에 가장 많은 68.8%를 지급했다. 이와 함께 △식수원 보호·복구(10.0%) △하천·습지 보호·복구(6.7%) △농업폐수 처리(6.2%) 등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센-노르망디 유역위원회는 이 같은 과세와 보조금 집행을 통해 오는 2021년까지 전체 유역의 3분의 2 이상을 생태학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낙동강수계법’에 따라 ‘물이용부담금’을 거둬서 기금을 배분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이 6862억 원(24.1%)으로 가장 많은 돈을 냈지만, 지원금은 673억 원(2.3%)에 그쳤다. 반면 6214억 원을 낸 대구는 2616억 원(9.0%)을 지원받았고, 4261억 원을 낸 경북이 가장 많은 1조 1134억 원(38.4%)을 지원받았다. 낙동강의 주요 오염원이 대구·경북 지역임을 고려한다면 오염자 부담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파트리시아 블랑 센-노르망디 유역위원장은 “유역위원회의 최종 목적은 모든 하천과 연안 해역에서 우수한 화학적·생태학적 상태를 달성하는 것이다”면서 “오염자 부담 원칙은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파리/글·사진=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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