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카를스루헤 대학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깨끗한 먹는물 확보하려면 낙동강 보부터 해체해야”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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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올 5월 30일 오후 독일 카를스루헤 대학 인근 식당. 국제적으로 저명한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사진) 카를스루헤 대학 공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시퍼런 남조류로 뒤덮인 낙동강 물금 취수원 사진을 보여 주자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예견한 듯한 반응이었다. 그는 이어 “부산 정수장에 갖춘 시설이 이 정도 원수를 정수처리할 정도로 좋습니까”라며 걱정 섞인 목소리로 취재진에게 묻기도 했다.

보에 갇혀 대형 호수로 전락해

녹조 낄 수밖에 없는 환경 조성

수질 회복, 자연에 맡겨야 해결

베른하르트 교수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독일인이면서도 그 누구보다 한국 강의 자연미를 높이 평가한 인물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2011년 8월 한국의 낙동강과 한강, 금강, 영산강을 찾아 강바닥이 파헤쳐지던 현장을 보고 개탄하기도 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강은 무조건 흘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부·울·경 주민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먹는물 확보를 위한 첫 단계로 ‘보 개방’도 아닌 ‘보 해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낙동강은 현재 보에 갇혀 있어 거대한 호수로 전락해 녹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 게다가 보를 그대로 놔둔 채 수문 개방만 한다면, 하류로 갈수록 유속이 빨라져 홍수 위험도 높아진다는 게 베른하르트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보는 라인강처럼 배가 다니는 수로를 위해 건설하는 것이다”면서 “낙동강은 수로가 아니기 때문에 보는 필요 없는 구조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또 보를 개방했을 때 일시적으로 수질이 나빠지는 현상과 관련해 “강 바닥에 쌓인 퇴적물이 일시적으로 떠내려와 수질이 나빠질 수 있지만 곧 수질 상태가 월등히 좋아질 테니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자연의 회복력은 놀랍다. 그냥 자연에 맡기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이것이 맑은물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보 해체와 관련, “문명에 대한 파괴 행위”라는 비판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문명은 무조건 옳은 것일까요? 핵무기도 문명의 산물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카를스루헤(독일)/글·사진=황석하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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