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내 ‘블록체인 허브’ 되도록 초격차 만들어야”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지난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서울청사 종합상황실에서 김석환 원장이 국내외 인터넷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KISA 제공
“포스트 코로나 관련해서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 다시는 이전과 같은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알던 세상은 영원히 끝났습니다.”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지난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서울청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란 주제로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원격회의·재택근무 등 비대면 환경으로 강제적으로 전환됐다”며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고, 이런 것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며 (우리의) 등을 떠미는 현실로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하거나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시적 독점 기회 최대한 활용
기업들 디지털 전환 없으면 도태
새 ICT 산업에도 총력 기울여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파괴적인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언론인 출신으로 디지털·스마트 시대 지역방송, 인고지능(AI) 등 관련 서적을 펴내고 KNN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한 김 원장은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2019년 8월)된 데 대해 “다행히 부산지역에서만 한시적으로 블록체인을 독점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 있다”며 “(특구 지정기간인 2024년 말까지) 이 기간 동안에 부산이 국내에서 블록체인의 허브(Hub·중심)가 될 수 있도록 초격차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이른바 ‘A, B, C, D, 5G, I’ 즉, 인공지능(AI), 블록체인 (Blockchain), 클라우드(Cloud), 데이터(Data), 5G(5Generation, 5세대 이동통신),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가운데 하나인 블록체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부산에만 한시적으로 먼저 기회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원장은 “부산이 ‘2030 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부산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가에 대한 답은 없다”며 “부산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부산 경제를 선순환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은 뭐가 있는지, 그런 관점에서 근본적 의미에서 부산 경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산 경제와 부산 지역 기업이 살아남을 생존전략으로 김 원장은 두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기존 사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ICT 산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지금은 제조업이 서비스업(기능·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흐름”이라며 타이어 산업을 예로 들었다.
타이어 하나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품질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주변에 대리점들이 많다’는 식의 (마케팅) 게임이었다면, 이젠 거기에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집어 넣는다. 그래서 ‘차주님, 타이어 수명이 다 되어가는데요, 언제쯤 바꿔야 될 거 같아요. 바꿔드릴까요. 언제 어디로 가는게 편할까요.’ 이런 식으로 제조업도 서비스업 개념으로 경영전략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부산의 전통적인 제조업들이 이런 식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제조업계가 독자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할 능력이 없으면 부산시나 경제계에서 그 부분들을 이끌어주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부산이 나아갈 방향인 ‘금융중심도시 부산’, ‘해양수산도시 부산’, ‘글로벌 해양중심도시 부산’이란 비전도 ICT 산업과 블록체인·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이 적극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카카오뱅크는 지점이 하나도 없는데도 벌써 이용자가 1100만 명에 달하고,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은행이 됐다. 모바일 금융 비율이 이제 대한민국에서 70%에 육박한다”며 “금융중심도시, 해양수산도시, 글로벌 해양중심도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ICT쪽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부산의 강점을 살린 다양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구현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부산에 특화된 신발·의류업체들이 명품 브랜드인 나이키와 버버리의 ‘데이터 구축, 고객 맞춤형 전략’을 적극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일례로 나이키는 발의 생태적인 특징을 13가지로 분류하고, 나이키에서 만든 카메라 앱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발을 찍어서 보내주면 고객들에게 맞춤형 신발을 만들어준다. 디자인이나 발의 특징을 감안한 혼자만을 위한 맞춤형 신발이 가능한 것이다. 버버리 역시 AI 기반의 쇼핑 앱을 만들어 고객들이 QR코드를 찍어 보내주면 진품·가짜 제품 여부를 알려주기도 하고, 실제 고객 자신이 그 옷을 입어본 것과 같은 영상을 구현해준다.
김 원장은 “어떻게 부산을 4차 산업혁명의 도시로 만들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어갈 것인가, 어떻게 (블록체인특구 지정 등)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려나갈 것인가 여부가 부산시장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 생각한다”며 “부산이 갖고 있는 정치적, 행정적 역량과 시민사회, 언론 등 역량을 총결집해서 새로운 ICT 기업을 지원·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