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지역인재의 의미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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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비교공법학회장

입시 철이 시작되었다. 수시 원서가 이미 접수되었고 12월 3일 수능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매년 입시 철을 지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지방대의 위기’다. 실제로 올 7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대학이 위기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 인원의 98.5%가 ‘매우 위기’(72.4%) 또는 ‘위기’(26.1%)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역거점 국립대조차 ‘충원’ 걱정

지방대 위기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정부 정책·체계 다시 들여다봐야

‘채용 의무화’ 강제 정책으론 한계

지방대 인식 전환 없인 해결 안 돼

‘보(保)인재·용(用)인재’ 강구해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대 육성 정책이 나왔고, 2014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약칭 지방대육성법)도 제정된 바 있다. 당시 법 제정과 관련된 일련의 정책들에 대해서, ‘고향서 대학·취직까지…지방대 육성 본격화’라는 평가와 기대로 가득했던 지방신문들 기사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의 기대처럼 입학→교육→취업→지역사회 기여의 선순환 구조 구축의 꿈은 실현되고 있는가.

그랬다면 다시 돌아온 입시 철에 또 지방대의 위기나 고사라는 어구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논의되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방안에 대해 역차별과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지방대의 현주소는 어떤가. 지방거점 국립대조차도 입학정원 충원을 걱정하는 현실이다.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 입안은 문제가 발생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지방대의 위기적 현실은 인적·물적자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구조적 문제, 지방대 출신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문제, 지방대 출신을 차별하는 사회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제까지의 정부 정책은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정책 간 체계는 정합성을 확보한 것이었는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물적자원의 분산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것이라면, 그 공공기관의 이전에 따른 자원 분산 효과를 제대로 측정했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여전히 수도권에 있고 다양한 취업의 기회가 그곳에서 더 열려 있으며,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절하된 평가가 일반화된 고용자의 판단이 견고한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더군다나 인적자원의 분산은 소소한 당근 정책으로는 아무런 효과도 달성할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지방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지역인재의 확보다.

당초 ‘입학→교육→취업→지역사회 기여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고자 했다면, 지방대육성법이 정의하는 지역인재의 의미부터 다시 새겨 봐야 한다. 지방대육성법 제2조 제2호는 “지역균형인재”(이하 지역인재)란 지방대학의 학생 또는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지역 균형발전 논의에서 그 지역에 정착시켜서 활동하게 할 지역우수인재는 최소한 각 지역 고교 출신의 우수 인재였고 이들의 유출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지역대학에 잡지 못한 현실이 지방대 졸업생에 대한 평가절하를 일반화하고, 결과적으로 지방대 출신에 대해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지방대 출신을 ‘지잡대’라 비하하며 차별의 대상으로 몰고 간 것은 이미 그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놓쳐 버린 대학 입학 시점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방대를 바꿀 지역인재는 단순히 ‘지방대학 학생 또는 지방대학 졸업자’가 아니라, 그 지역 출신의 우수인재이기 때문이다.

지방대의 위기는 단면적이거나 일시적인 게 아니고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시장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문제다. 따라서 지방대의 육성은 단순하고 임시적이며 강제적인 봉합책에 불과한 채용 의무화 제도로 이룰 수 없다. ‘보(保)인재·용(用)인재’의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2020년 지금의 입시 현실 속에서 졸업 대학의 위치에 근거한 고용강제의무 정책이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지역인재의 의미를 단시적으로 파악한 오류와 지역인재를 그 지역에 머무를 수 있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정책의 부실함으로부터 이미 배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일부 국민에 대한 강제적 이전이 가능하겠는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와 우리 대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건, 그들을 이동하게 할 근본적 방안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고민이다.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검토와 모두의 협력과 인내가 필요한 과정을 겪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와 강제 일변도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든 것은 춥고 강한 바람이 아니라 뜨거울 정도로 따스한 햇볕이었던 ‘이솝우화’를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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