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가 바다 살린다] 지속 가능한 ‘가치 소비’가 대세… ESG 수산업 서둘러야
② 소비자가 어업을 바꾼다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유통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설치된 MSC 인증 수산물 매대. MSC 제공
유럽에서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배경에는 대구의 소멸이 있었다. 대구가 줄자 소비자들은 값이 싼 대구의 이유가 남획에 있음을 깨달았다.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대구를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잡은 대구가 아니면 구매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분위기가 바뀌자 유통업체들이 이를 따랐다.
'지속가능한 어업'의 해답으로 '가치 있는 착한 소비'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안 팔리는 것을 어업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바뀌면 어업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품질·안전 이어 가치 경영 화두
지속가능 어업 인증 생선 패티 등
국내 유통업계 MSC 인증 잇달아
온라인 마켓서도 ‘착한 소비’ 증가
인증 1~3년 걸려 미리 대비해야
■ESG, 수산업도 피할 수 없다
소비에도 트렌드가 있다. 1990년대는 ISO9001로 대변되는 품질의 시대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식품의 안전성이 중요해졌다.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FSMS(식품안전경영시스템) 등과 같은 인증이 주류를 이뤘다. 2010년에 들어와서는 유기농이 지배했다.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기본에 화학 성분까지 배제하는 소비가 인기였다.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됐다. ESG 경영이 대두되면서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더 강화되고 있다.
ESG 경영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재무적인 부분 외에도 가치적인 부분의 중요성이 커지기에 나온 말이다. 특히 ESG 경영은 UN이 정한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와도 연관된다. 지속가능 발전목표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정한 17대 목표와 169가지 세부지표로 나누어 진다. 이 중 목표 12번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목표 14번은 해양생태계 보전은 우리 수산업을 위해서 꼭 필요한 항목이다.
실제로 지속가능한 수산물 사용은 기업 ESG 경영의 측면에서 활용된다. 맥도날드의 MSC(지속가능한 어업 인증) 인증 생선 패티를 선보이고 있고,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은 구내식당 MSC, ASC(지속가능한 양식 인증) 인증 수산물 사용하는 것으로 ESG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MSC 인증 수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MSC 제공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국내 유통업도 ESG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이마트 본사에서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비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국내 지속가능한 수산물 판매의 신호탄이었다. 이와 함께 덕화푸드의 MSC 인증 명란제품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홈플러스도 지속가능한 추석 선물 세트로 MSC , ASC 인증을 받은 연어, 참치 세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마켓에서도 가치 소비에 대한 수요는 많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은 마켓컬리도 MSC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유통사들이 움직이자 기업의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기장물산은 마켓컬리에 2019년 입점 후 매년 두 배 이상씩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기장물산은 해조류와 관련해 세계 최초로 ASC-MSC 인증을 획득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기장물산 김민수 대표는 “기장미역이라는 브랜드만으로는 온라인 시장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기장물산의 미역은 20~30대에서 많이 찾는데, 이들은 기장미역이라는 브랜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들은 소비에 가치를 부여하는데, 기장물산이 획득한 ASC-MSC 마크가 제품 선택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증의 기간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걸리는 만큼 업계에서의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서종석 MSC 한국사무소 대표는"소비의 트렌드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가치 소비로 바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산물 역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켓컬리에서 지속가능한 수산물 판매를 하고 있다. MSC 제공
■새로운 브랜드의 시대
부산 수산물은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다. 많은 수산업체가 스토리와 역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에 밀렸다. 부산의 시어인 고등어만 해도 그렇다. 부산에서 대부분 위판되는 '참고등어'는 노르웨이산에 비해 시장에서 밀린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마케팅의 실패가 원인이다. 특히 '부산 고등어'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다.
명란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70% 이상 생산을 하고 있고 일본의 유명한 명란인 '멘타이코'의 원조 역시 '부산'이지만 이를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 브랜드 없이 단순 유통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업계와 학계는 MSC를 비롯한 지속가능한 수산물이라는 이미지가 부산 수산업계가 놓친 브랜드 마케팅 시대를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경대 김도훈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가 확산될 경우 유통의 흐름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