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1 경쟁률 뚫고 자주국방 전사로 우뚝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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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T모티브와 함께 하는 자주국방 인in人] 27인의 도미 기사 어벤져스

미국 텍사스 국방어학원에서 동료들과 연수 중인 강흥림(뒷줄 왼쪽 다섯 번째) 씨. 미국 텍사스 국방어학원에서 동료들과 연수 중인 강흥림(뒷줄 왼쪽 다섯 번째) 씨.

부산 기장군 철마면 SNT모티브(대표이사 김형철) 내 방산공장 입구에는 커다란 비석이 있다. '精密造兵(정밀조병)'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로 만든 비석이다. 그 비석에는 당시 유재흥 국방부 장관과 초대 조병창장 유삼석 소장의 이름 등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비록 비문에 새기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국방부 조병창을 일군 '27인의 도미 기사 어벤져스'가 있었다. 대한민국 유사 이래 처음으로 국산 소총 M16을 만든 이들이다.

소총 국산화의 원대한 꿈을 실현한 이들은 강영택 대령을 단장으로 하는 27인의 기사다. M16 제작에 필요한 126개의 부품과 단조, 제철, 품질 검사 등 하나의 총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백 번의 과정을 이들이 배워 국산 소총 1호를 완성했다.

1972년 1월 채용된 국방부 조병창 특채 1기 도미 기사인 27명의 영웅은 전국 대상으로 하는 엔지니어 공모로 뽑혔다. 나이는 제한이 없었지만 실력은 뛰어나야 했다. 당시 신문에 공고한 자격 요건을 보면 공대 기계과 졸. 군필자, 기계 관련 분야 경력 5년, 미국인 기술자와 30분 이상 영어로 대화 가능한 자 등이다. 엄격한 자격 요건과 소수 인원인 27명을 뽑는데 60배가 넘는 1800여 명이 몰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론 자격이 엄격한 만큼 후생도 좋아 공무원 대우, 아파트 제공, 미국 6개월 이상 연수 기회가 주어졌다. 합격한 27명(정확히는 단장 제외 26명)은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미국 연수를 받았다. 미국 기술자와 1 대 1 수업을 통한 총기 제작 정밀 기술 습득이다. 그래도 이들은 휴일이면 미국 주요 지역 관광을 하고 교회도 나가며 미국인들과 교유 했다. 채용 당시 30대가 많은 관계로 50년이 다 된 지금은 고인이 된 분도 많다. 이들이 습득한 기술이 국산 소총을 통한 자주국방의 꿈을 실현하는 데 공헌했다.

잊을 수 없는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자.

도미 기사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영택 단장, 황익남, 윤영길, 고 오세인, 차일남, 이경식, 고 박일청, 고 김연곤, 박찬덕, 고 이수일, 김원도, 김은호, 유태권, 임창호, 양재근, 고 최선호, 정승구, 강흥림, 고 곽석기, 김형우, 이용팔, 곽현환, 이이웅, 박남섭, 석현태, 고 원국광, 백영기 기사다.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역사에서 길이 남을 이름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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