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이시오기지1968, 폐교에서 교육체험시설 ‘롤 모델’로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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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년 만에 방문 2만 명 돌파
요리·목공·원예·공학·미디어
이달부터 프로그램 본격 운영
‘미래교육 원년’ 선포 시교육청
서부산권 미래교육센터로 활용

지난해 목공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손수 만든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지난해 목공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손수 만든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지난해 2월 부산 서구 암남동에 문을 연 교육체험시설 ‘알로이시오기지1968’이 1년 만에 방문객 2만 명을 돌파하며 서부산지역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사립 폐교를 활용한 시설로서 혁신적인 내외부 공간을 갖춰 전국 각지에서 견학 신청이 몰리는 등 관심이 높다.

알로이시오기지1968(기지1968)은 이달부터 2022학년도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초등학교 3~6학년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은 요리·목공·원예·공학·미디어 등 5가지 부문으로 운영된다. 달걀파이(초등)·피자(중등) 만들기, 목공구 체험과 창작물 만들기, 수직농장 체험과 미니정원 만들기, 레고 무동력자동차(초등)·자율주행차(중등) 만들기, 스톱모션 레고영상 만들기 등이다.

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매주 토요일 통합방과후학교도 운영한다. 서부산지역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기타·바이올린·뷰티·배드민턴·유튜브 크리에이터·뮤지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수녀들이 직접 구운 빵을 주민과 나누는 활동을 비롯해 노숙인·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위한 ‘나눔의 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난해 요리체험 프로그램에서 피자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지난해 요리체험 프로그램에서 피자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지난해 공학체험 프로그램에서 레고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지난해 공학체험 프로그램에서 레고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기지1968에 따르면 개관 첫해인 지난해 부산 전역에서 초·중·고교생 1만 6000여 명과 방문객 3000명 등 2만 명 가까운 이들이 이 곳을 찾았다. 올해는 3월 말 현재 교육체험을 신청한 학생들만 2만 5000명을 넘어섰다.

기지1968은 다른 교육체험시설과 달리 프로그램 강사가 모두 정규 직원인 점이 특징이다. 안승주 부기지장은 “외부 위탁을 하지 않고 재단(소년의집학원)에서 직접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더 책임감을 갖고 내실 있는 강의를 하려고 노력한다”며 “졸거나 딴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모든 프로그램이 인기다”고 설명했다.

기지1968은 개관 준비 때부터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1968년 소 알로이시오 신부가 마리아수녀회에서 보호하는 아이들을 위해 설립한 알로이시오 중·고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2016년과 2018년 잇달아 문을 닫자 서부산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체험시설로 변모를 꾀했다.

옛 고등학교 실습건물을 요리·원예·공학·미디어체험을 할 수 있는 ‘기지 제1동’으로 리모델링했고, ‘제2동’인 고등학교 교사동 건물은 1층 나무공방만 남긴 채 2~4층을 철거하고 야외에 대청마루, 텃밭, 넝쿨정원 등을 조성했다. 리모델링에 교육청 72억 원, 소년의집학원 25억 원 등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다.

이 같은 변신은 특히 사립학교의 폐교 시설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울산을 비롯해 서울·충북·충남·전북·수원 등 전국 각지에서 교육계 인사들이 10여 차례 방문했고, 올해도 5~6월 경남지역 초·중등 교장 연수가 예정돼 있다.

기지1968은 공간혁신 모범 사례로도 이름을 알렸다. 1동의 경우 침묵의방, 작은도서관, 달빛옥상 등 이색 공간을 비롯해 옛 중앙복도 자리에 경사로를 조성해 1층부터 4층까지 휠체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동 옥상에 들어선 대청마루와 마을공동체에 내어준 가족행복텃밭 등 야외공간의 연결·개방성도 특징이다. 덕분에 지난해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에 이어 ‘부산건축상’ 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기지 1동’ 옛 중앙복도 자리에 들어선 경사로. 1층부터 4층까지 휠체어 체험을 할 수 있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기지 1동’ 옛 중앙복도 자리에 들어선 경사로. 1층부터 4층까지 휠체어 체험을 할 수 있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올해를 부산 미래교육의 원년으로 선포한 부산시교육청은 알로이시오기지1968을 서부권역 미래교육센터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기지1968에 이어 지난해 12월 문을 연 남부창의마루(남부권역)를 비롯해 부산수학문화관(중심권역), 동부창의센터(동부권역), 북부권역미래교육센터(북부권역) 등 권역별로 폐교를 활용한 5개 미래교육센터가 내년 상반기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폐교를 ‘미래교육센터’라는 새로운 교육자산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며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미래교육 체험장이자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체험장으로 이들 시설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넝쿨정원 놀이터에서 학생들이 햇볕을 쬐며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넝쿨정원 놀이터에서 학생들이 햇볕을 쬐며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알로이시오기지1968 제공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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