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 “현실의 학교폭력이 더 영화 같아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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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변호사·병원장·전 경찰청장·국제중 교사 등은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자녀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7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가해자의 시선에서 학교폭력의 현주소를 그린다. 출연 배우의 ‘미투’ 이슈와 투자배급사 변경,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촬영 완료 5년 만에 개봉했지만, 이야기는 전혀 녹슬거나 낡지 않았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보여줘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진한 뒷맛을 전한다. 이 작품을 연출한 김지훈 감독을 만났다.



“현실의 학교폭력이 더 영화 같아요.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죠.”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를 만든 김지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학교폭력의 현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현실을 알게 되니 어느 때보다 두려운 마음을 느꼈다”며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연출하게 됐다”고 했다.

올해로 충무로에 발을 디딘 지 25년인 김 감독은 영화 ‘목포는 항구다’와 ‘화려한 휴가’ ‘타워’ ‘씽크홀’ 등을 만든 베테랑 연출가다. 감독은 “이번 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가득하다”며 “영화 개봉이 5년 늦춰졌음에도 여전히 학교폭력이 만연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영화는 일본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김 감독은 원작을 바탕으로 2011년 대구 수성구에서 있었던 학교폭력 사건을 더해 입체적으로 매만졌다. 감독은 “다시 돌아가 촬영하라면 못할 것 같다”며 “연출자로서 가혹한 상황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부터 힘들었다”고 했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영혼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관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 아이가 얼마나 아파하고 힘들어했는지를 말이에요. 그 마음 하나로 이 악물고 버텼죠.”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김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건 회복할 수 없는 영원한 상처”라고 여러번 힘줘 말했다. 감독이 이번 영화에 폭력으로 무너지는 한 아이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으려고 한 이유다. 그는 “물리적인 폭력도 안 되지만, 사람이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며 “감독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정신적인 폭력으로 한 사람의 영혼을 해치는 건 인간이 해선 안 되는 짓이에요. 영화 속 피해자의 눈빛에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했죠.”

오는 2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촬영이 끝난 지 5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작품 촬영은 지난 2017년 마쳤지만, 출연 배우의 ‘미투’ 가해 폭로가 나온 데다 배급사 변경·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개봉을 보류해서다.

김 감독은 그 기간 영화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상영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극장 개봉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다. “어렸을 때부터 극장에서 영화 보던 순간의 행복을 잊을 수 없어요. ‘못난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있잖아요. 투자자에게 극장에서 하면 좋겠다고 애걸복걸했죠. 그 사이 (학교폭력이라는) 주제가 부패하거나 발효되지는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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