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진 않겠지만…” 배우 설경구 인터뷰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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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가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에서 변호사 호창을 연기했다. 마인드마크 제공 배우 설경구가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에서 변호사 호창을 연기했다.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변호사·병원장·전 경찰청장·국제중 교사 등은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자녀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7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가해자의 시선에서 학교폭력의 현주소를 그린다. 출연 배우의 ‘미투’ 이슈와 투자배급사 변경,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촬영 완료 5년 만에 개봉했지만, 이야기는 전혀 녹슬거나 낡지 않았다. 오히려 여전히 변하지 않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보여줘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진한 뒷맛을 전한다. 이 작품 주연인 설경구를 만났다.


배우 설경구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핵심 인물이다. 그가 연기한 변호사 ‘강호창’은 전개상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설경구는 한 아이의 부모로서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설경구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진 않겠지만, 사회 문제를 꾸준히 건드려야 한다고 본다”며 “이 영화를 만난 뒤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호창은 영화 속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호창 역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일말의 가책을 느끼고 감정의 요동을 겪는다. 설경구는 “학교폭력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젠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괴롭힘이 반복되는 등 지능화된 것 같다”고 봤다. 그는 영화의 카피인 ‘자식은 괴물이 되고 부모는 악마가 된다’를 언급하며 “정말 정확한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설경구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무능력한 자신을 느꼈다고 했다. 너무나도 잔인한 학교폭력을 접하면서도, 이를 근절하거나 변화시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는 “현실에서는 영화 속 묘사 장면보다 더 악랄한 폭력이 가해졌을 거라고 봤다”며 “상당히 끔찍해서 촬영 때는 폭력 장면을 보여달라고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가 개봉하면 아이들과 함께 보려고 해요. 이 작품을 교육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뻔뻔한 모습부터 부성애까지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었다. 영화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감정 연기는 물론이고 대본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단다. 그는 “아들의 최후 변론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다”며 “재판장에게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어 변호사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대사를 바꿔봤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현장에서 생생한 반응을 보고 싶어 바꾼 내용을 감독님이나 배우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그 장면이 완성본에 포함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을 보고싶다’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마인드마크 제공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과는 영화 ‘타워’ 이후 재회했다. 설경구는 “그땐 감독과 기분이 들떠서 촬영했는데, 이번엔 굉장히 가라앉아 있었다”면서 “이야기가 주는 압박이 심했다”고 했다. “김지훈 감독이 이번 작품의 책임감이 컸는지,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김 감독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싶었어요.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부모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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