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인재 15만 명 양성” 지역 대학엔 ‘빛 좋은 개살구’
관련학과 최대 5700명 증원
수도권에 70% 편중 ‘불 보듯’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양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19일 발표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를 놓고, 증원 규모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편중될 것으로 보여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에 또 한 번 타격이 예상된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대학이 첨단분야 학과를 신·증설할 경우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첨단분야 겸임·초빙교원 자격요건도 완화해 반도체 기업을 비롯한 산업체 인력도 교원으로 채용할 수 있게 된다. 국립대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교수 정원이 배정되는 점을 감안해 학과 증설 관련 전임교원 확보 기준을 기존 80%에서 70%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 직업계고 학과를 개편하고, 교육역량이 우수한 대학 20곳을 반도체 특성화대학·대학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별도의 학과 설치 없이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신설한다. 기존 학과에서 특정기업 채용 조건으로 ‘정원 외’ 학생을 뽑아 교육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석사 1100명, 학사 2000명, 전문학사 1000명, 직업계고 1600명 등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이 최대 5700명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산업 관련 연평균 성장률을 5.6%로 잡고, 이를 바탕으로 12만 700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15만 명의 인력은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에서 5만 9000명, 대학 학사급 6만 1000명, 석·박사급 3만 명 정도다.
정부는 이번 양성 방안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에 똑같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반도체 산업과 관련 인재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대학 공동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 방안대로라면 학부 증원 2000명 가운데 70% 정도가 수도권 대학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40개 대학에 (반도체학과 학부 증원) 수요조사를 한 결과 수도권은 14개교가 1266명, 지방은 6개교가 315명 증원 의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전국 대상의 정확한 수요조사가 아니어서 지역대학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6월 말쯤 교육부에 70~80명 정도 증원 계획을 제출했지만, 단순 수요조사였을 뿐 정식적인 증원 요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사립대 반도체 관련 학과장도 “전국적으로 6개 지역대학만 증원 의향을 가지고 있을 리 없고, 제대로 조사하면 여러 지역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를 비롯해 부산대·동아대·부경대·해양대·동서대 등이 참여해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을 구상하는 등 부산만 해도 여러 그룹에서 반도체 산업·인재 육성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학과 학부 정원을 늘리는 대신 비수도권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앞서 지역대학총장협의회가 일관되게 수도권 증원을 반대해온 만큼 이번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지역 한 대학 기획처장은 “수도권 대학의 전체 정원이 늘면 그만큼 지역 학생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지역대학 증원 여부와 관계없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