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휩싸인 국힘,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극약 처방’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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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배현진 등 최고위원들의 잇단 사퇴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은 3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문이 닫혀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조수진, 배현진 등 최고위원들의 잇단 사퇴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은 31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문이 닫혀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 출범 3달여 만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라는 격랑에 휩싸인 모습이다.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직무대행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하면서다.

다만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당내 해석은 분분하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대위 체제 전환 급물살

최고위원 6명 부재로 ‘기능 상실’

이준석계 “현 지도 체제 유지해야”

이번 주 의총 열고 의견 수렴 관측

명분·절차 놓고 ‘새 갈등’ 우려도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비대위 출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친윤’(친 윤석열계)계 지도부의 잇따른 사퇴 선언에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전체가 63명 중 32명이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작성해 당 지도부에 전달한 만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당 전반적 분위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이번 주 중 의원총회를 열고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비대위 전환 요건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현재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이준석 대표는 ‘사고’로 규정된 까닭에 당 대표 궐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최고위 기능 상실 여부’가 비대위 출범 관건으로 꼽힌다.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의 최고위원직,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직 사퇴로 9명의 최고위원 중 6명(이준석·김재원 포함)이 부재하면서 최고위 의결정족수인 ‘과반’은 무너진 상황이다. 여기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현 정부와 당을 위해 직에 연연하지 않고 헌신할 각오가 돼 있다”고 힘을 실은 상황이다. 다만 ‘친이’(친 이준석)계인 김용태 최고위원은 사퇴불가 입장과 함께 전원사퇴 전까지 현 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선다.

비대위원장 임명 자격을 두고도 이견이 분출한다. 현행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명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만 할 수 있다. 현재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으로 규정상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없다. 이에 당헌당규 수정이 불가피한데 이를 위해선 전국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국위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비대위 체제 출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이날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이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의문이다”며 “당헌당규상 비대위를 구성할 명분과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지 다양한 의견이 분출할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원내 인사와 원외 인사로 의견이 갈린다.

친윤 그룹 인사로 꼽히는 한 의원은 “이번 지도부 사퇴 사태 등으로 당내 친윤계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며 “비윤계 원내 인사로 비대위원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부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비대위 체제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만 비대위가 임시체제라는 데는 당내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임시체제를 끝내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준석 대표 복귀 전까지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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