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40분 통화, 중국 의식해 ‘중간 단계’ 접촉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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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오후 2시 30분부터 약 40분간 통화하면서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오후 2시 30분부터 약 40분간 통화하면서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면담하는 대신 결국 통화를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이뤄진 방문인 탓에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고, 만남 여부가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떠올랐지만 ‘전화 통화’라는 일종의 중간 단계 접촉이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펠로시 의장과 오후 2시 30분부터 약 40분간 통화했다. 펠로시 의장이 먼저 “윤 대통령이 첫 여름 휴가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미 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며 “워싱턴에서 최근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 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 나갈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미 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 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올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또 펠로시 일행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을 언급하며 “펠로시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아시아 순방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했다.

 앞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도 미국 의회의 1인자이자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을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는 것이 적절한 외교전략이라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여서 중국과의 관계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왔는데 대통령이 안 만난다는 것은 얘기가 안 된다. 꼭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하태경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의 방한’이라며 면담을 주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휴가 중이어서 (펠로시 의장을)안 만난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면서도 “미국이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방한하는 것인 만큼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말하는 등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남이 가능한지 (연락이)전달됐지만 윤 대통령의 지방 휴가계획을 확정한 상황에서 서울에 오면 (면담이)힘들지 않겠느냐, 2주 전 양해가 구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약 일주일 뒤에 결정됐고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전화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다”며 “그 말을 듣자마자 펠로시 의장이 흔쾌히 감사하다며 같이 온 사람(동행한 미국 의원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긴 통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이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압축적으로 드린 말씀이고 그 해답은 언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이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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