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기국회 후 전대’ 급부상…‘연말·연초’ 놓고는 이견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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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비대위’ 첫 회의 개최
“당 혼란 진심으로 사과·반성”
‘이준석 흔적’ 지우기도 본격화
안철수 ‘혁신위원회 해체’ 주장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당 갈등 등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당 갈등 등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첫 회의를 열었다. 비대위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활동 기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정기 국회 이후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수해 복구 지원 막말 등으로 민심 이탈이 감지되자 내부 권력 투쟁으로 민생 현안을 등한시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말이냐 내년 초냐를 두고 미세한 입장 차이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90도 허리 숙여 그간의 여권 혼란 상황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활동에 돌입했다. 주 위원장은 “민생을 잘 챙겨서 유능한 집권당이라는 인식을 조기에 국민들에게 주지 못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 정부를 제대로 견인해서 조기에 안착시키고 신뢰받도록 하는 데 소홀함이 있었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법적 갈등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비대위가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일단 ‘개문발차’하면서 당 안팎의 관심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주 위원장은 “당내외 의견을 들어본 결과는 정기국회를 끝내고 전대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로 안다”며 정기국회 종료 후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제대로 잘 치르고 그걸 통해 국민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겠다는 확신을 국민들께 심어 주고 전당대회는 그다음”이라며 일찍이 조기 전당대회론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특히 그간 새롭게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맞서기 위해 신임 지도부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온 김기현 의원도 다소 변화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에서 “(전당대회는)정기국회와 특별한 상관이 없다”면서도 “(당내)의견들을 다 존중해 비대위가 적절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앞서 “이번 비대위는 빠른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 온 것에 비하면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올해 연말 즈음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구체적인 전대 개최 시기가 최대 관건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12월 초 예산안 심사를 마치고 나서 바로 전대 일정에 돌입하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 차기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지도부가 사전에 연착륙하는 게 중요한 만큼 올해를 넘겨선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이준석 전 대표의 거취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시점은 지난달 8일로, 내년 초로 전당대회 개최가 밀릴 경우 성 접대 의혹 등과 관련한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은 이 전 대표가 당에 복귀할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 그룹은 이를 막기 위해 올해 안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이 전 대표 흔적 지우기가 시작된 모습이다. 안 의원은 지난 17일 밤 한 언론 유튜브 채널에 나와 “비상대책위원회도 있고 혁신위원회도 있는데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이 둘이 같이 있었던 경우가 있었느냐”며 혁신위 해체를 주장했다. 혁신위는 6·1 지방선거 후 이 전 대표 주도로 탄생한 당내 기구로 출범 당시 당 일부 의원들로부터 ‘이준석 사조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의원님, 혁신위를 흔들지 마십시오”라는 한 문장을 굵은 글씨로 올리며 안 의원에 강하게 경고했고 주 위원장은 “비대위와 혁신위가 각각의 역할이 있고 활동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 의원의 손을 들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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