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남 ‘몽니’에 메가시티 벼랑 끝… “윤 정부 나서라”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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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이어 울산시도 ‘이탈’ 선언
지역 이기 매몰 부울경 숙원 외면
수도권 일극주의 대응 수단 소멸
박형준 시장 중재 여력 미지수
대통령실서 추진 동력 되살려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4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울경 특별지자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송철호 울산시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4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울경 특별지자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송철호 울산시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연합뉴스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부울경특별연합) 대열에서 경남에 이어 울산도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며 이탈했다. 부울경특별연합 좌초로 지역 소멸을 막고 수도권 일극주의를 막을 유일한 대응 수단이 사라져 버렸다.

부울경 3개 시·도 단체장이 ‘부산 빨대’ 효과만 부각하는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돼 다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고 본질적 문제인 ‘서울 독식’ 구조의 수도권 초집중 현상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거세진다. 지역에만 맡기고 중재나 견인 노력을 하지 못한 대통령실이나 정부가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국정 과제인 ‘지방 시대’로 나아갈 대안 마련에 이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26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부울경특별연합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김 시장은 이날 ‘부울경특별연합 추진에 따른 실익 분석과 수혜 확대 방안에 대한 현안 연구용역’ 요약본을 제시하며 “(부울경특별연합이)실익이 없는 현 상황에서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울산에 있는 합동추진단 사무실도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 1월 부울경특별연합 사무개시를 위한 재정과 인력 투입을 거부한 셈이다. 경남도가 지난 19일 가장 먼저 “비용만 낭비하고 (경남 입장에서)실익이 없다”고 탈퇴를 선언한 지 1주일여 만에 울산까지 이탈을 공식 천명하며 사실상 부울경특별연합은 무산 단계로 접어들었다. 부울경특별연합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2개 이상 지자체가 특별지자체를 구성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2개 지자체가 불참하면 추진이 불가능하다.

홀로 특별연합 지속 입장을 취해 온 부산도 박형준 부산시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중남미로 장기 출장을 떠난 상태여서 당장은 중재나 대응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전략·특화산업 육성, 균형발전 정책에 이어 메가시티 구축 정책까지 어그러지면서 장기간에 걸친 정부의 지방 위기 대응이 다시 혼돈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메가시티 구축은 중앙의 일방적 지원을 넘어 지역이 먼저 제안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자율 방식의 지역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무산이 더욱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메가시티 추진 동력을 되살리려면 대통령실이 전향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지방 시대를 내세우면서도 이를 지방에만 맡겨 놓으면서 결국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부산시 관계자도 “3개 시·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에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전했다.

현실적인 지역 소멸 해법 제시도 없이 당장 자신이 속한 지역에 손해라는 얕은 생각으로 메가시티 구축에 어깃장을 놓은 지역 정치 지도자들의 좁은 시야와 비전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울경 13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빨대 효과’ 운운하며 정치 논리로 국가 100년 사업인 부울경 특별연합을 무산해서는 안 된다”며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겨냥했다. 김 지사가 제안한 행정통합 문제를 지적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옥중서신도 이날 공개됐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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