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뒤 동참해 실익 보겠다는 울산의 ‘계획된 발 빼기’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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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합 잠정 중단’ 배경

‘빨대 효과로 이득 없다’ 판단
전임 시장 치적 인식도 영향
재정 독립 등 전제 조건 제시
참여 회피 목적 무리한 요구

김두겸 울산시장이 26일 오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어 부울경특별연합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김두겸 울산시장이 26일 오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어 부울경특별연합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김두겸 울산시장은 26일 부울경특별연합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울산 입장에서 실익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초광역 협력은 명확한 법률적 지원 근거와 재정 권한 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울산의 특별연합 발 빼기 시도는 일찌감치 예견된 결과였다. 6·1 지방선거 이후 취임한 김 시장은 줄곧 부울경특별연합 결성에 ‘속도 조절’을 강조하는 등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왔다. 상대적으로 도시 규모와 인구가 적은 울산은 부산으로 쏠리는 ‘빨대 효과’로 인해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울산시가 이날 공개한 부울경특별연합 추진에 따른 실익분석 용역 결과에서도 울산시는 다른 지역보다 사회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 유출, 부산·경남의 관광·쇼핑 수요 흡수 등 우려되는 역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울산의 인구는 급속히 줄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만 29세 이하 연령층에서 부산으로의 순이동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수만 비교해도 경남은 7.4배, 부산은 1.6배 울산보다 많았다.

이에 김 시장은 부울경특별연합을 계속 추진하려면 ‘부울경특별연합 권한과 재정독립성 확보’ ‘부울경 균형적 기반 마련 후 특별연합 조성’ 등 2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국립 종합대학 설립, 울산·경주·포항을 아우르는 ‘신라권 신공항’ 건설, 도심 유휴부지 그린벨트(GB) 대규모 개발 등 각종 요구 사업도 담았다. 정부가 권한을 대폭 내려놓고 울산시가 요구한 수혜사업을 지원하지 않으면 부울경특별연합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울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합체 성격인 메가시티 특성상 한 도시에 방대한 예산을 몰아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특별연합을 구성하는 부산과 경남조차 동의하기 어려운 데다, 정부 역시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남의 행정통합 카드처럼 울산 또한 특별연합 회피를 목적으로 무리한 요구 조건을 들고나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시장은 “정부가 (울산의 요구사항을)들어주기에는 다른 시·도와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부울경특별연합의 지속 추진을 위해)정부의 권한 이양, 재정 독립성 확보 등 2가지 전제 조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잠정 중단이 아니라 무기한 중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또 같은 신라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포항·경주와 결합하는 해오름 연합시를 추진 중인데, 몸집을 키워 부산과 대등한 입장에 설 때 메가시티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해오름 동맹은 울산·포항·경주가 3개 도시 공동 발전을 위해 2016년 결성한 행정협의체다. 김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도 “부울경특별연합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 같은 생활·문화권인 경주, 포항과 함께 해오름 동맹이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오름동맹도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울경 3개 시·도와 마찬가지로 해오름 동맹 3개 시 역시 손익 계산에 분주한 분위기다. 포항은 3개 시의 외곽에 있고 지자체 규모가 울산보다 작아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부울경특별연합 상황에 대입해보면 포항은 울산과 유사한 포지션에 놓여 있다.

김 시장이 부울경특별연합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6·1지방선거 이후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닻을 올린 부울경특별연합이 전임 송철호 시장의 치적이라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시장은 “부울경특별연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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