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반발 높은데… 한수원, 건식저장시설 건설 일정 ‘일방 확정’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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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제출 ‘저장시설’ 건설 계획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 명시
시민사회 “지역민 희생 영구 강요”
공론화 안 거친 한수원 결정 비판
김영주 의원 “지역사회와 소통을”

지역사회의 반대에도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일정을 확정해 논란을 빚고 있는 고리원자력본부 전경(왼쪽부터 고리원전 1·2·3·4호기, 신고리원전 1·2호기). 부산일보DB 지역사회의 반대에도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일정을 확정해 논란을 빚고 있는 고리원자력본부 전경(왼쪽부터 고리원전 1·2·3·4호기, 신고리원전 1·2호기). 부산일보DB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원자력발전소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육상 건식저장시설’ 건설 일정을 일방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이달 11일로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원전본부별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계획’ 등을 밝혔다.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리원전(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건식저장시설은 2027년 착공해 2030년 준공·운영할 계획이다. 한울원전(경북 울진군)과 한빛원전(전남 영광군)의 경우 2028년 착공해 2031년에 준공·운영하게 된다.

자료는 이어 “고리·한울·한빛본부 내 경수로 건식저장시설 확보 기간은 설계(2년)·인허가(2.5년)·건설(2.5년)을 포함해 7년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리·한울·한빛원전은 모두 노형(爐型)이 경수로형이다.

이번에 공개된 계획은 원전 내 한시적 저장시설 확충을 적극 추진한다는 현 정부 방침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앞서 7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해 해당 저장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더 큰 논란거리는 이처럼 일방적으로 정한 건식저장시설의 건설 일정조차 상황에 따라 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설계수명이 2023년 4월 만료되는 고리 2호기 등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포화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번에 제출된 자료상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예상 포화시점’은 계속운전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계속운전 등 원전정책 변화를 반영한 사용후핵연료 예상 발생량 및 원전본부별 포화시점을 재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 도달 전에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수원이 밝힌 원전본부별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년도는 고리본부·한빛본부 2031년, 한울본부 2032년, 월성본부(경수로) 2044년, 새울원전 2066년이다. 이러한 일정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구체적 건설 일정이 공개되면서 원전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시민들은 원전 최대 밀집지인 부울경에 무려 10만 년간 인간과 격리해야 하는 핵폐기물까지 떠넘기는 것은 지역의 희생을 영구히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탈핵부산시민연대 김현욱 집행위원은 “건식저장시설에 ‘임시’라는 꼬리표가 붙긴했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이 계획 초기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결국 건식저장시설이 영구적인 처분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대로 된 공론화 없는 한수원의 졸속 결정을 강력히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수원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던 김 의원 역시 “고준위 방폐장의 주민수용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은 지역사회 반발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 여부와 함께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대해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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