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한파에 입주 폭증… 부산 전세 시장 ‘녹다운’
지역 부동산 경기 하락 큰 이유
매매 못 해 ‘전세 전환’ 쏟아져
전세 물량 1년 전 대비 158%↑
신규 아파트 단지 물량 배 증가
6625세대 입주 부산진구 영향
물량 늘면서 전세가 15주째↓
부산 지역 아파트 전세 물량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앞에 매매와 전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지역의 아파트 전세 물량이 1년 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보다 입주 단지가 크게 증가한 데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매매를 못해 전세로 전환하는 물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세 물량이 늘면서 전세가격도 넉 달째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쏟아진 전세 물량이 당분간 매매 가격 하락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산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1만 5943건으로, 1년 전(6177건)보다 158.1% 증가했다. 전국 시·도 중 광주(634.2%), 인천(171.1%)에 이어 세 번째로 증가폭이 크다.
전세 물량은 매매 매물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같은 기간 부산의 아파트 매매 물량은 3만 807건에서 5만 1946건으로 67.7% 증가했다. 올해 들어 매매 물량이 크게 늘긴 했지만, 전세 물량보다 증가세가 가파르지 않다.
지역별로 보면 전세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진구로, 이날 기준 2646건에 달한다. 지난해 394건보다 571%나 증가했다.
전세 물량 증가폭은 서구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57건에서 이날 582건으로 무려 921%나 늘었다. 이어 남구(579%), 부산진구 순이다.
부산지역 전세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에 비해 신규 단지 입주 물량이 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 입주 물량은 1만 6000세대 정도였으나 올해는 상반기 약 1만 세대, 하반기 1만 7000여세대로 입주 물량이 크게 늘었다. 전세 물량 증가 폭이 큰 서구, 남구, 부산진구는 올해 들어 입주 물량이 대폭 늘어난 대표적인 지역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구는 지난해 503세대가 입주했지만 올해는 2101세대가 입주한다. 지난해 입주 단지가 한 곳도 없었던 남구는 올해 3439세대가 입주한다. 부산진구는 ‘입주 물량 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270세대에 불과했던 입주 물량은 올해 들어 무려 6625세대에 이른다.
올해 전세 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큰 원인이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집값 고점 인식으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자 전세나 전월세로 전환하는 물건이 쏟아지는 것이다. 부산진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새 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살던 집을 매매로 내놨던 집주인들이 입주일이 다가오는데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전세로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신규 입주 단지의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구축의 전세가격은 더 크게 떨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부산의 전세가격은 15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부산의 전세가격은 전 주 대비 0.17% 하락했다. 9월 넷째 주 전세가격 변동률(-0.20%)보다 하락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부산의 전세가격은 올 초만 해도 상승세를 보이다가 6월 넷째 주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15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산의 전세 물량 증가와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통상 신규 입주단지의 전세 물량은 1년 사이에 소진이 된다”며 “올해 대폭 늘어난 입주 물량은 내년까지 전세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매매 가격 약세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을 지나 2024년의 전세가격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 강력한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고분양가심사를 적용받아야 했던 사업자들이 분양을 미루면서 2024년 예정된 입주 물량은 1만 3000세대 규모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년 뒤 시장은 그때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받겠지만, 신규 입주단지의 규모만을 기준으로 하면 전세 물량이 줄면서 가격은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