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가을밤 산사·공원에서…‘부산=영화관’ 색다른 추억(종합)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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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비프’ 현장은

호평에 올해 부산 전역서 열려
쌀쌀한 날씨에도 관객들 모여
야외 상영장 곳곳서 추억 남겨
영화 앞서 공연 이벤트 ‘열기’
감독 등과 만남의 시간도 열려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영화의전당까지 찾아가지 않고, 산사에서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뜻깊네요.”

부산 시내 곳곳이 ‘시네마 천국’으로 변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기획한 ‘동네방네 비프’가 올해도 13일까지 열린다. 해운대와 남포동을 중심으로 진행한 영화제를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지난해 처음 시도한 동네방네 비프는 호평에 힘입어 올해 부산 시내 전 구·군, 17곳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올해 가장 이색적인 상영 장소로 꼽힌 곳은 금정구 범어사다. 11일 오후 7시 범어사의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는 석탑과 사찰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극장이 펼쳐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30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어 근사한 야외 상영회를 즐겼다. 상영에 앞서 일부 관객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으며 자신만의 추억을 남겼다. 객석에 앉아 문화 생활을 즐기는 승려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 김학철 씨는 “인터넷에서 동네방네 비프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보고 검색해서 왔다”며 “동네에서 이렇게 좋은 행사를 하니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좋아해 예전엔 남포동에서 영화제를 즐기곤 했는데, 이렇게 산사에서 상영회를 하니 의미 있다. 추운 날씨에 핫팩과 무릎 담요도 제공하니 좋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김판석 씨는 “영화제 행사 참여 자체가 처음”이라며 “절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특별해 보여 왔다. 장소를 참 잘 선정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접근성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도 있었다. 김태진 씨는 “아무래도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아쉽고, 홍보도 덜 됐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으로 영화 시작 시간 정보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부산 금정구 범어사 옛 성보박물관 앞 주차장에서 11일 오후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가 상영되고 있다. 문경덕 인턴기자

범어사에서 상영한 영화 ‘굿바이 마이 라이프’(1937)는 용감한 어선 선장과 어쩔 수 없이 승선하게 된 버르장머리 없는 소년의 이야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로 유명한 빅터 플레밍 감독의 작품이다.

이날 모더레이터로 직접 나선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은 “제가 이 영화를 추천했다”며 “최근에 다시 봤는데, 정말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또 동네방네 비프 담당자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며 “범어사에서 행사를 하겠다고 해서 (제가) ‘미쳤냐’고 농담했는데, 범어사 측에서 협조해줘 좋은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11일 오후 열린 '동네방네 비프' 행사에서 시민들이 다큐 '니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안지현 인턴기자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11일 오후 열린 '동네방네 비프' 행사에서 시민들이 다큐 '니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안지현 인턴기자

이에 앞서 같은 날 오후 6시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는 영화 ‘니얼굴’ 상영에 앞서 공연 이벤트가 펼쳐졌다. 밴드 ‘루시’의 공연을 보기 위해 300여 명의 팬들이 몰리면서 공원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11일 오후 열린 '동네방네 비프' 행사에서 시민들이 다큐 '니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안지현 인턴기자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11일 오후 열린 '동네방네 비프' 행사에서 시민들이 다큐 '니얼굴'을 감상하고 있다. 안지현 인턴기자

대학생 임지연 씨는 “루시의 공연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왔는데, 정말 축제의 현장 같다”며 “해운대까지 가지 않고도 동네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영화 프로그램이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주민 김혜숙 씨는 “매일 운동하러 공원을 찾는데, 문화 행사를 집 가까이서 즐길 수 있어 좋다”며 “마지막 날까지 영화를 다 즐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의 서동일 감독과 정은혜 작가. 안지현 인턴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의 서동일 감독과 정은혜 작가. 안지현 인턴기자

영화 상영에 앞서 ‘니얼굴’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 서동일 감독과 만남의 시간도 열렸다. 진행을 맡은 강소원 BIFF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는 2020년 BIFF 초청작이기도 하다. 그 사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정 작가가 굉장히 유명해졌다”고 소개했다.

정은혜 작가. 안지현 인턴기자 정은혜 작가. 안지현 인턴기자

정 작가의 아버지이기도 한 서 감독은 “드라마 이후 은혜 씨가 셀럽(유명 인사) 수준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강 프로그래머가 연기를 잘 하는 비결을 묻자 정 작가는 “별로, 전혀, 어렵지 않다. 타고난 실력인가”라고 답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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