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경제동맹' 전격 합의 ‘마침표’… 입장 ‘느낌표’… 현실성 ‘물음표’
어떻게 진행될까?
3개 시·도 실무작업 들어갈 듯
법적 뒷받침 없어 구두선 예상
각기 미묘한 입장차 드러내
시민사회·전문가들도 비판적
“다시 협의체 만든 건 말장난”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26층 회의실에서 지난 12일 열린 부울경 메가시티 관련 간담회장에서 박형준(왼쪽) 부산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울산·경남 3개 광역 시·도가 특별연합을 포기하는 대신 초광역 경제동맹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초광역 협력 논의를 이어가기로 전격 합의했지만 현실성 있는 행로 설정이냐를 놓고 의구심이 커진다.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며, 참여 시·도 간 협의체 수준인 경제동맹으로 기존 추진돼 온 부울경특별연합 기능까지 수행하게 하겠다는 선언 역시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울산시를 뺀 부산시와 경남도는 별도로 2026년까지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뜻을 모았는데 이 역시 새로운 법 제정, 주민투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들이어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단 부울경 3개 시·도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간 합의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실현할 새로운 구심점으로 초광역 경제동맹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3개 시·도는 단체장들의 합의를 근거로 경제동맹 추진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3개 시·도는 부산에 두기로 한 전담사무국 설치 문제, 파견 공무원 선발, 공동 사업 선정 등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부울경특별연합 사무개시를 준비해 온 합동추진단 정리 절차에도 조만간 돌입할 전망이다. 부산과 경남은 2026년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한 행정통합 준비위원회 구성 문제를 별도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3개 시·도 내부적으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인다. 부산은 일단 경제동맹이라는 새로운 어젠다가 제시된 만큼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실무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제동맹은 단체장 3명이 초광역 협력은 이어가야 한다고 뜻을 모으고,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도출한 아이디어”라면서 “사전 실무 작업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은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에 방점을 둔 초광역 연합 구성에 공감하는 차원에서 경제동맹에 합의했지만 확대 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경제동맹이 생소하다는 내부 반응도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경제동맹으로 특별연합 기능을 이어받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상생발전도 이어가자는 얘기”라며 “구체적인 윤곽은 이달 말에나 나올 것으로 보여 지금으로선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기존 부울경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거나 강화한다는 의미를 경제동맹에 포함시키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특별연합은 170여 명의 공무원과 연간 200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경제동맹은 3개 시·도에서 파견된 공무원 3명씩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광역 지자체 간 협의체 수준인 경제동맹 합의에 대해 20년 이상의 논의와 노력을 무너뜨린 원점회귀라는 시각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특히 법적 근거가 될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그에 따라 3개 시·도가 규약까지 제정하는 등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단계에 이른 특별연합을 포기하고 비법정기구인 경제동맹으로 방향을 전환한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오랜 기간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물인 특별연합과 달리 부울경 단체장이 새로 제시한 경제동맹에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국이 주시하던 부울경특별연합 무산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메가시티 문제를 오래 논의해 온 부산의 한 연구자는 “단체장 3명이 특별연합 무산의 책임은 지기 싫고, 정치적 출구 전략으로 경제동맹을 제시한 것 아닌가 보인다”며 “이 문제를 오래 연구한 사람들은 특별연합 수준까지 틀을 갖추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다 아는데 다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비난했다.
부산과 경남이 추진하겠다는 행정통합 역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행정통합은 두 시·도가 합의한다고 진행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별도의 특별법 제정, 주민투표, 각 지역의회 동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 단체장이 자신들의 임기 이후로 이 문제를 미룬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