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육시설 출신 청년 3명
부산대역 인근 ‘몽실커피’ 오픈
영업 수익 커뮤니티 유지비로
멘토링·캠핑·심리 지원 등
자립 생활 프로그램도 진행

지난 1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역 인근에 문을 연 카페 '몽실커피'의 입간판과 내부.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들이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개업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들이 후배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카페를 개업했다. 카페 수익은 보호종료아동의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부산 지역 최초 보호종료아동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뎌 관심이 쏠린다.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 이성은(가명·29), 박진호(가명·28), 구정민(가명·28) 씨는 지난 1일 금정구 부산도시철도 부산대역 인근에 ‘몽실커피’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개업했다고 24일 밝혔다. 카페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자 보호종료아동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사회적 기업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오전에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보호종료아동 멘토링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 세 명과 같은 시설 출신 보호종료아동 5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시설 아동들과 함께하는 캠핑 등 활동과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의 내용을 논의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는 보호종료아동들과 음식을 함께 만드는 ‘원 데이 클래스’, 자립 생활 관련 멘토링 등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 만난 세 사람은 개업 한 달을 앞두고 완벽한 카페 운영을 위해 이곳저곳을 점검하느라 여전히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각종 시설에 이상이 없는지, 인테리어에 문제는 없는지를 살폈다. 카페 내부에는 투명한 의자들과 흰색 원형 탁자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 인근에 개업한 몽실커피 외관. 카페 겸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들은 최근 고용노동부 예비 사업적 기업 지정을 신청했고, 연말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 있지만 부산에서 선배 보호종료아동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 후배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더욱 뜻깊다.

세 사람은 부산 지역 최초로 보호종료아동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보호종료아동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연결하기를 꿈꾼다. 이들은 친구와 후배들이 보호종료 이후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해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시설 퇴소 이후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거나 사회관계를 맺는 것을 포기한 보호종료아동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세 사람의 목표다.

이성은 씨는 “카페 운영으로 수익을 창출해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고 카페를 자조모임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카페를 거점으로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만들 생각이다. 많은 시민분들이 관심을 갖고 카페를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매달 네 번째 주 토요일은 보호종료아동들과의 모임을 위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카페 수익은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과 커뮤니티 공간 유지비에 사용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정 아동정책연구센터장은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서적 교감과 정보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민간이나 공공 구별할 것 없이 보호종료아동이 서로 의지하고 지낼 수 있도록 자조모임이 전방위적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