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홀로 선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 나선 ‘보호종료 청년들’

후배들 자립 돕는 멘토링 계기
체계적 지원 사회적 기업 꿈꿔
내달 금정구 ‘커뮤니티 카페’ 오픈

부산지역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 3명이 최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상가에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꾸미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전담인력 부족 등으로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들이 후배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부산 금정구 한 카페에서 만난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 이성은(가명·29), 박진호(가명·28), 구정민(가명·28) 씨는 다음달 금정구에서 문을 열 카페 인테리어 공사에 한창이라고 했다. 세 사람은 보호종료아동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카페는 이 사회적 기업의 거점 공간이 될 예정이다.

이들은 올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됐고, 다음 달에는 고용노동부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연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카페 영업과 함께 보호종료아동들의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카페를 매개로 보호종료아동이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과거 부산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다 자립한 이들은 친구와 후배들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탈선하는 사례를 빈번하게 목격하면서 다른 보호종료아동들이 제대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로 결심했다. 수도권의 경우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이 있지만 부산에서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다.

세 사람은 지난해부터 자신들이 있던 시설에서 자립 지원을 위해 마련한 보호대상아동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이 씨는 “시설을 퇴소한 아이들이 유흥, 범죄 등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을 보고 멘토링 활동을 시작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지역에서도 아이들의 자립을 체계적으로 돕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멘토링 프로그램 외에도 후배 보호종료아동들을 수시로 만나 음식을 만들거나 운동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다.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갑작스럽게 혼자 세상에 나오게 된 후배들의 불안감을 덜어 주고, 의지할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주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다.

박 씨는 “단체생활에 익숙한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스스로 하는 일에 익숙지 않다 보니 20대 중반인데도 은행 업무를 볼 줄 모르거나 폰뱅킹을 다루지 못하는 후배들도 봤다”면서 “갑자기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고민을 토로할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끼리 자조 모임을 만들어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 씨는 “시설 퇴소 이후에도 함께 생활했던 친구, 후배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축구를 하다 보니 각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한다”며 “다른 시설에 있던 친구들도 함께 운동하고 싶다고 연락해 오는 것을 보면 근처에 자립 선배들이 있다면 보호종료아동들의 사회 적응도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어른을 찾는 것을 넘어서 보호종료아동들 서로가 의지하고 힘을 합칠 수 있는 부산 지역 최초 보호종료아동 커뮤니티 형성을 꿈꾼다.

이 씨는 “처음에는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마음의 문을 열고 밝게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면서 “작은 소모임들이 모여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고 의지할 수 있는 모임으로 커질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