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청탁'서 시작된 공시생 ‘억울한 죽음’…부산교육청 공무원 등 5명 송치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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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장, 사위 합격 청탁
시교육청 사무관 등 면접관 3명
예상 문제 유출·점수 몰아주기
경찰, 외부 면접위원 확대 권고
교육청, 해당 공무원 징계 절차

올해 7월 27일 부산시교육청 주차장에서 개최된 부산시교육청 공시생 사망 1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이 아들을 향한 편지를 읽고 있다. 부산일보DB 올해 7월 27일 부산시교육청 주차장에서 개최된 부산시교육청 공시생 사망 1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이 아들을 향한 편지를 읽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탈락한 특성화고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채용 비리 혐의(부산일보 10월 3일 자 6면 등 보도)가 드러난 면접관과 부산시교육청 공무원 등 5명을 검찰에 최종 송치했다. 면접관으로 참여해 부정 청탁을 받고 실행한 혐의로 구속된 핵심 인물인 부산시교육청 사무관에 이어 채용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관계자들이 추가로 검찰로 넘겨졌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 부산시교육청이 실시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과정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 혐의와 관련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앞서 구속된 부산시교육청 사무관 A 씨 이외에 또 다른 면접관이었던 부산시청 소속 공무원 B 씨와 우정청 소속 공무원 C 씨, 전 교육지원청장인 현직 초등학교 교장 D 씨, D 씨의 과거 부하 직원이었던 E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B 씨와 C 씨는 A 씨와 공모해 특정 응시생에게 면접 점수 ‘우수’ 등급을 몰아준 혐의, D 씨는 자신의 사위가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한 혐의, E 씨는 면접 문제 유출에 관여한 혐의를 각각 받는다.

경찰은 임용 과정에서 합격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부산시교육청 인사위원회에 부정한 방법으로 면접을 진행해 나온 결과를 전달해 공정한 인사를 방해한 것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시험을 진행한 것은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라고 설명했다. B, C, D, E 씨는 두 혐의가 모두 적용됐으며, A 씨는 앞서 구속 당시 적용된 ‘공무상 비밀누설’과 ‘청탁금지법’에 더해 이번에 두 혐의가 추가됐다.

경찰에 따르면, D 씨는 자신의 사위가 채용 필기시험에 합격하자, 교육지원청장 시절 부하 직원이었던 E 씨에게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 이에 E 씨는 본청 직원인 F 씨에게 ‘면접관을 알아보고 합격을 도와달라’고 재차 청탁했다. F 씨는 면접관이었던 A 씨에게 D 씨 사위의 인적 사항을 건넸고, A 씨는 청탁을 수락한 뒤 E 씨에게 전화를 걸어 면접 예상 문제를 넘겼다. A 씨는 다른 면접관인 B 씨와 C 씨에게 특정 평정을 유도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청탁이 있었고 청탁을 수행한 정황은 드러났지만, 금전 또는 승진 등 대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시교육청 직원 F 씨는 D 씨 사위의 인적 사항을 알려줬을 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입건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의 계기가 된 숨진 공시생이 속한 면접조에서는 부정 청탁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찰은 공시생 면접조에서 나온 면접 우수자 2명은 D 씨 사위만 면접 우수자가 될 경우 부정 청탁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면접관 A, B, C 씨가 공모해 일부러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결국, 다른 면접조에서 이뤄진 부정 청탁이 공시생이 속한 면접조 면접 평정에도 영향을 미쳐 공시생을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셈이다.

경찰은 1년 2개월여간 진행한 수사에서 총 13번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통화 내역과 통신 자료를 분석해 공모 관계를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처럼 특정 직렬의 채용 과정에서는 면접위원의 풀이 적어 유사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 면접 시험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 면접위원의 비율을 더 늘리도록 하고, 면접 평정 시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부산시교육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은 올 8월 임용시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구속된 A 사무관은 1심 판결 때까지, 공시생이 사망하기까지 소극적으로 대처한 채용담당 부서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종 징계가 보류됐다. 또 최초 청탁자인 D 씨와 청탁매개자 E 씨에 대해서는 중징계, F 씨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징계위원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과태료 처분과 징계의결은 다음 달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시교육청의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기술직군 공무원 경력경쟁임용시험’에 지원해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공시생은 2차 면접에서 순위가 바뀌면서 최종 불합격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 측은 공시생이 1차 필기시험에서 3등으로 최종 3명을 선발하는 해당 직군에서 합격권에 들었지만, 2차 면접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최종 순위가 밀린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유족 측은 지난해 7월 말 A 씨와 B, C 씨 등 면접위원 3명과 채용 담당 시교육청 공무원들을 직무 유기와 자살 방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지난해 7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시생의 유족이 최근까지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7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시생의 유족이 최근까지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일보DB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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