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애도기간’ 마친 윤 대통령, 문책인사 범위 놓고 ‘고심’
경찰청장 등 지휘부 1차 대상
이상민 장관 포함 여부가 핵심
민주, 한덕수 총리도 경질 요구
윤 “책임은 나에게 있다” 강조
6일 오전 애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서울광장에 마련됐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문책 인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다. 야당이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압박하는 가운데 추모 정국 이후 국정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발 빠른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문책 인사를 놓고 고민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경질 범위와 시기다. 대통령실에서는 이태원 참사 당시 중대한 실책을 범한 책임자들의 문책은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지휘부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행안부는 경찰청과 소방청을 외청으로 두고, 재난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이다. ‘경찰청에 대한 장관 지휘’를 내세우며 지난 8월 부처 내에 ‘경찰국’까지 신설해 이번 사태에 가장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부처로 볼 수 있다.
거기에다 이 장관이 참사 직후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점도 경질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요한 이유다. 이 장관은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보고에 나설 예정이어서 대통령의 인사조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제적으로 거취 표명을 할지 주목된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5일 ‘거취에 관해 정리된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회 행안위도 열리고 하니, 전반적인 말을 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는 것도 윤 대통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 등도 교체를 주장한다. 한 총리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농담성 발언을 해 경질론에 불을 지폈다. 야당은 “누구보다 큰 책임을 가져야 할 총리가 외신 기자회견에서 책임회피로 일관하다 웃음과 농담으로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초대 총리를 바꾸라는 요구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한 총리 경질이 국면전환을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야당과의 기싸움에서 밀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후임 인선과 인사청문회 등에서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인사 시기도 관심사다. 사태 수습이 먼저지만 너무 늦어지면 인적쇄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여권에서는 이번 주 전반적인 인사조치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보지만 윤 대통령의 신중한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좀 더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한 뒤 가진 대통령실 참모회의에서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거론되는 가운데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함으로써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