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발맞추고 중국과 밀당하며… 윤, 북핵 해법 찾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북핵 억제 복합전략구상 본격화

미·일·중 등과 연쇄 회담 ‘자신감’
미 ‘인도·태평양 전략’에 공동보조
대중국 견제엔 ‘거리 두기’ 메시지
한·미·일 대북공조 첫 공동성명도
시진핑 ‘담대한 구상’ 언급 긍정적
시 방한·고위급 대화 추진 ‘성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전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전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11~16일 4박 6일간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한·중, 한·미, 한·일,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다양한 옵션을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대중 견제론’에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해 북핵 억제를 위한 복합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식 ‘인도·태평양’ 전략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미국과의 공동보조를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도 2019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성사시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대좌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에 무조건 쏠리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걸쳐 놓기도 했다. 북핵 문제의 키를 쥔 중국을 견제와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도 요청했다.

한·미·일 3개국 간 릴레이 회담을 통해 대북 공조의 의지도 재확인했다. 특히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한·미·일 3국 정상 간 포괄적 공동성명 채택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3각 안보협력을 공고화하는 동시에 실천 과제까지 담았다. 특히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 제공을 강화하고, 한·미·일이 수집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사실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나아가 한·일 군사협력 확대의 길을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과 미국의 북핵 차석대표가 16일 서울에서 오찬 협의를 하고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태우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정 박 미국 대북특별부대표의 만남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구체적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귀국 후 이번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미국, 일본, 중국, 아세안 정상들과 연쇄적으로 만나 우리의 생존과 안전,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확보할지 치열하게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전례 없는 핵 위협 고도화가 중국을 포함해 역내 어느 국가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책임 있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해 주기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중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하자는 윤 대통령의 제안에 시 주석이 공감한 것도 성과로 내세운다. 특히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두 나라 외교가에서는 본격적인 방문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시 주석 방한의 최대 변수로 ‘코로나19’를 상정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언급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이 전폭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었다”며 “중국이 발 벗고 나서겠다는 적극적인 의미”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순방 이후 북핵 해법 구상에 대해 북한은 견제에 나섰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한국의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 선언에 대해 “미국 편에 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최근 동남아 순방에 나선 남조선 당국자의 외교 행보가 심상치 않다”며 “미국의 일극 지배는 무너져가고 세상은 급격히 변해가는데 대세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행보가 역겹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