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은밀하게 위대하게’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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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중에도 ‘엑스포 세일즈’

동남아 국가들, 지지 공식화 많아
사우디 왕세자 등 의식 ‘물밑 교섭’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알이브라힘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알이브라힘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16일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교섭 활동도 벌였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때도 유치전에 나섰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만나는 정상들마다 부산 이야기를 꼭 했다”면서 종횡무진 ‘엑스포 세일즈’에 나섰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는 접근법을 달리했다. 주요 20개국(G20)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도 나토와 마찬가지로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외교 무대였지만 조용한 물밑 교섭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엑스포 유치전 성격이 달라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번 순방에서 만난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우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거나, 다른 경쟁국에 대한 지지입장을 공식화한 경우가 많았다”며 “드러내 놓고 유치교섭에 나서기보다는 기존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거나, 아니면 아예 물밑으로 의중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과정에서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들 나라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 경쟁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등장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 나란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에는 우리나라를 방문해 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막강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유치전에 나선 사우디에 맞서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브리핑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엑스포 유치에 대해 어떤 이야기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선의의 경쟁 관계”라며 “유치 경쟁과는 별개로 한·사우디 협력관계를 가져가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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