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방식 ‘절대 불가’서 ‘검토’로 달라진 국토부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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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공법

박 시장 “겉핥기식 수준 아니다
올 초 사전타당성 조사 때와 달라져”
이 추진단장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필요시 해외 컨설팅도 받아 볼 생각”
일부선 “매립식과 절충 방안” 관측도

부산 강서구 가덕도 가덕신공항 예정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2021.02.28 부산일보DB 부산 강서구 가덕도 가덕신공항 예정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2021.02.28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공법과 관련, 내년 8월까지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국토부가 ‘2030년 이전’이라는 완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한 플로팅(부체식·물 위에 뜨는 구조물 위에 건물을 짓는 방식) 방식을 적극 검토하는 기류가 감지돼 주목된다. 당초 플로팅 공법에 대해 전 세계 공항에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절대 불가’ 입장을 보이던 국토부의 기류 변화는 비용과 공기 단점이라는 관점 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서 매립식에 비해 훨씬 장점이 많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부산일보>와 만나 “국토부가 플로팅 방식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매립식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놓고 부산 지역의 요구 때문에 ‘겉핥기’ 식으로 검토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산 출신인 이상헌 국토부 가덕신공항 건립추진단장과도 굉장히 소통이 잘 되는 편”이라며 “국토부의 태도가 ‘2035년 완공’으로 결론을 낸 올해 초 사전타당성 조사 때와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거듭 밝혔다.

해상 구조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인 엄항섭 올시데이터 대표도 지난 2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플로팅 공법이 초기에 논의될 때보다 국토부의 태도, 지역의 수용성 등 여러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올해 3~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가덕신공항 조기개항 방안을 모색할 당시, 두 차례 플로팅 공법에 대해 강의를 했고, 최근 들어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최하는 가덕신공항 관련 토론회에도 수시로 초청되는 등 플로팅 대표 이론가로 활동 중이다. 엄 대표는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국토부가 최근 두 차례 플로팅 공법에 대해 자문을 구해왔다”면서 “구체적인 자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상당히 심도 있게 관련 기술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이전 회의에서 국토부 관계자가 플로팅 공법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화를 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초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발표에서 대규모 대립에 따른 안정성 확보를 이유로 2035년 개항을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가덕신공항의 2030년 이전 개항을 목표로 했던 부산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계획이라는 점에서 지역 내 비판이 비등했고, 이에 부산시는 공기, 비용, 환경 면에서 매립식에 비해 장점이 많은 플로팅 공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토부의 초기 반응은 ‘절대 불가’였다. 기술적으로 검증된 바 없고, 실제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지어진 공항이 없다는 점에서다. 이후 박 시장을 비롯해 지역 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에는 검토 안으로 포함하겠다는 입장 변화를 보였지만, 결국에는 국토부 내부 논리에 따라 매립식으로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플로팅 공법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데다, 특히 가덕신공항 건설의 ‘암초’로 환경 문제가 부상한 것이 국토부의 기류를 크게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비용과 시간도 문제지만, 매립식 해상공항에 대한 환경부의 반대가 상당히 심해 환경영향평가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국토부 내부의 위기감이 있다”면서 “플로팅 방식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로 기류가 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는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가덕신공항을 플로팅 공법으로 짓는 최적의 방안을 수립해 연말, 늦어도 연초까지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일단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이라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안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법을 결정하겠다는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매립식, 부체식에 대한 편견 없이 이 목표를 관철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상헌 국토부 가덕신공항추진단장은 “공기를 최대한 당기는 조건으로 비용과 항공학적 안전 등에 대한 결론을 빨리 낼 방침”이라며 “부체식에 대해서도 최대한 있는 자료를 긁어모아서 객관적으로 비교를 해 보자는 게 우리 생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필요 시 해외에도 컨설팅을 받아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강희성 공항정책과장은 “국토부가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부체식에 대해서도 ‘오픈 마인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기본계획이 최종계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인 부체식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기존 매립식과 부체식을 절충하는 방안이 채택될 것이라는 앞선 관측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기존 가덕도 공항 부지가 있는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부체식의 장점을 결합해 공기와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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