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에 화물연대 “계엄령 발동”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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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시멘트업 2500명에 명령
불응 시 자격정지 등 처벌 경고
노동계 “사문화 규정으로 탄압”
사태 해결 난망 장기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와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와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강경 대응 입장을 분명히하자 노조도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며 투쟁을 어어나가겠다고 맞섰다. 노·정 관계가 강 대 강 대치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파업 장기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 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 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정부는 이날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76개 조사팀을 꾸려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나섰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는 송달 이튿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빨리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한다면 정부가 화물운송 사업자 및 운수종사자의 어려움을 잘 살펴 풀어줄 수 있다”며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지킬 때보다 훨씬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가 확립된다”며 “법치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어떤 성장과 번영도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은 말 그대로 명령”이라며 “수용할 수 있고, 않을 수 있고 할 사안이 아니”고 말했다.

2차 교섭을 하루 앞두고 강경 대응에 나선 정부에 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투쟁 지속 의사를 밝혔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화물노동자에게 내려진 ‘계엄령’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탄압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라며 “법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으로 2004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사문화된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 복귀를 하지 않을 시 화물운송 종사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에게는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고 반박했다. 이 조항에는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로서의 강제 근로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노·정이 모두 강경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경제계와 노동계에서는 파업 장기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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