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제타격론은 정부가 불편한 감정 비쳐야 할 사안”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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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북 위협 반격 차원”이라지만
한반도 자의적 공격 가능성도
대통령실 “잦은 북 도발로 인해
정세 불안 대비하는 측면 이해”
전쟁 가능 자위대 노림수 논란
전문가들 “정부 적극 관여해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일본의 이른바 ‘반격 능력’ 보유 선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이 자체 판단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개정한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를 통해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적의 공격이 명백해졌을 때 먼저 적 기지를 타격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선제타격’은 국제법 위반이지만 일본은 자의적으로 적의 ‘공격 착수’를 판단해 타격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일본의 반격 능력 확보 선언은 ‘전쟁 가능한 자위대’를 만들어 2차대전 이후 이어진 ‘최소한의 무력 사용’ 원칙이 무너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한미일’ 안보동맹의 중심인 미국은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선언을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라며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헌법상 우리 영토인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대한 공격을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선언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확대되자 대통령실은 19일 ‘익명’의 ‘고위관계자’ 발언을 통해 “많은 우려가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반도 안보나 우리 국익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은 당연히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도 연이은 북한 도발로 인한 역내 정세 불안정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큰 틀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난 16일 ‘일본이 북한에 반격 능력을 행사하는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선제공격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협의 필요’ 언급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응인지에 대해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 교수는 2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우리 주권과 국익이 위협을 받는데, 이걸 어떻게 눈 뜨고 보느냐”면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우리도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연세대 최종건 교수도 지난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헌법상 우리의 영토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에 대한민국 정부와 사전협의나 승낙 없이 일본의 자의적 안보 판단에 의해서 선제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인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불편한 감정을 내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동안 계속된 일본의 군비 확대와 군사 대국화 움직임에 대해 용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 움직임에 대해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국방비를 증액 안 하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선언과 관련 북한은 “침략 노선 공식화”라며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20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대변인 담화에서 “일본이 주장하는 이른바 ‘반격능력’은 다른 나라의 영역을 타격하기 위한 선제공격 능력”이라며 “우리는 일본의 부당하고 과욕적인 야망실현 기도에 대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어느 만큼 우려하고 불쾌해하는가를 실제적인 행동으로 계속해서 보여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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