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 잇는 술 커뮤니티로 ‘주류 인생’ 꿈꾼다[덕업일치 성공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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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성공기] 레이지소셜클럽 성미량 총괄이사

해외 출장 다니며 술 매력에 빠져
서울 직장 떠나 작년 부산에 창업
술 매개로 사진·책 등 주제 모임

레이지소셜클럽의 성미량 총괄이사. 레이지소셜클럽 제공 레이지소셜클럽의 성미량 총괄이사. 레이지소셜클럽 제공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이름, 나이, 직업 따위를 먼저 밝히지 않는다. 편견 없이 소통하며 서로 존중하기 위한 이곳의 유일한 규칙이다.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분위기는 한 잔의 가벼운 술로 뭉근하게 풀어낸다. 모임을 열 때마다 그날의 이야깃거리와 거기에 어울리는 술 종류를 정한다. 서로 술잔이 오갈 때마다 각자 살아 온 삶의 이야기도 함께 주고받는다. 이곳은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소셜 커뮤니티 ‘레이지보틀클럽’이다.

레이지소셜클럽(기업명)의 성미량(30) 총괄이사는 지난해 8월부터 이 소셜 커뮤니티를 도맡아 운영하는 청년이다.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이들이 모임에 다녀갔다. 참여자는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의 지역 청년이 주를 이룬다.


함께 경험하고 영감을 나누는 취향 탐구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이 클럽은 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와인으로 떠나는 유럽여행’ ‘원데이 위스키 클럽’ ‘뮤지컬과 와인’ ‘책맥(책을 읽으며 맥주 마시기) 모임’ ‘음식 사진 잘 찍는법’ 등 다양한 이야기와 주제를 제각기 어울리는 술과 연계해 모임을 만들어 여는 것이다.


소셜 커뮤니티 ‘레이지보틀클럽’의 참가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와인을 마시면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소셜 커뮤니티 ‘레이지보틀클럽’의 참가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와인을 마시면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한 번에 최대 8명까지 모임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적당량의 술과 안주는 클럽이 제공한다. 주로 저녁시간을 이용한 모임이 일주일에 2~3차례 열리며 참가비는 5만~6만 원 선이다. 클럽의 오픈채팅방에는 120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모임은 금세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색다른 커뮤니티에 궁금증을 느끼는 1인 참가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커뮤니티를 구상한 성 이사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술을 함께 마시는 일을 취미이자 특기로 꼽을 정도로 ‘덕업일치’에 성공한 청년이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며 중국 등 장기간 해외 출장을 다녔을 때 새로운 술을 맛보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데 눈을 떴다.

성 이사는 “20대 중반까지는 대학 입학, 동아리, 아르바이트, 취직, 동호회 등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색다른 경험을 만드는 일이 삶에서 자주 일어난다”며 “그 이후 각자 삶의 궤적이 안정되면서부터 그럴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인간 내면의 외로움을 타인과 만나 해소하고 싶은 욕구는 변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성 이사는 6년이 넘는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부산에서 커뮤니티 창업에 도전했다. 수도권에서는 이같은 커뮤니티가 제법 형성돼 있지만, 부산은 도시 규모에 비해 시장이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 이사는 “처음에는 대연동 주민이 모임 참여자의 대부분을 이뤘다. 입소문을 타면서 기장, 다대포 등 멀리서도 많은 분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며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부산 청년들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을 많이 느낀다. 이런 재미난 모임이 ‘우리 부산’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동업자 1명과 함께 클럽을 창업한 성 이사는 이제는 부산에 정착해 커뮤니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원데이 클래스’ 형태가 아니라 3~4개월씩 운영되는 정기 모임 출범을 기획하고, 부산의 다른 단체들과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덕업일치를 기반으로 한 창업에 대해 성 이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커뮤니티를 방문한 고객들이 함께 즐기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이사는 “각자 사정 때문에 부산에서 혼자 생활하는 이들이 우리 커뮤니티를 다녀간 이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 줘서 고맙다’고 말해 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특별한 시간이나 기분 전환, 잔잔한 사색이 필요할 때 누구나 우리 커뮤니티를 떠올리고 찾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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