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닌 청나라 영향… ” 부산 커피 보고서 나와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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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학연구센터, 교양총서 발간
첫 카페 1915년 철도호텔 제기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 부산일보DB

우리나라의 초기 커피 문화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청나라의 영향을 받았던 1880년대 부산부터 부산역 부속 호텔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부산 최초의 카페까지 부산의 커피 역사와 문화를 총망라한 ‘부산 커피 보고서’가 나왔다.

10일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부산학연구센터는 최근 교양총서 〈커피 바다, 부산〉을 발간했다.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정법모 교수를 중심으로 부경대 사학과 이미란 박사, 부경대 글로벌지역학과 이정혜·박하영 연구원이 참여했다.

한국인 최초의 커피 음용 기록은 부산해관(부산세관의 전신)에서 감리서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민건호가 남긴 일기 〈해은일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일기(부산일보 2021년 9월 17일 자 2면 보도)를 살펴보면 1884년 7월 27일 해관 직원이었던 청나라인 당소의의 집에서 상하이 유학생 윤정식과 함께 ‘갑비차(甲斐茶)’를 대접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의 커피 문화가 일본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초기에는 청나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이유다. 실제로 당시 청의 화물선을 통해서 다양한 수입 물품이 부산항에 들어왔는데 커피도 그중 하나였을 것으로 본다.

이번에 나온 커피 총서에는 또 부산 최초의 카페가 1915년 부산역 부산철도호텔 부속 카페일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는 유럽에서 시작된 카페 문화가 일본에 퍼져 나갔고 우리나라에 막 소개된 시점이었다.

이미란 박사는 “부산철도호텔 ‘여보이(웨이트리스)’ 채용 광고가 〈조선시보〉에 등장하고 다방으로 추정되는 음료실이 보인다. 비슷한 서울역 사례를 참고할 때 아마 부산에 생긴 첫 카페는 부산철도호텔 부속 카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향토사학자 이성훈 부산학당 대표는 “당시 부산철도호텔은 현재 중앙동 부산무역회관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의 카페와는 다른 개념으로 요리나 술, 커피를 비롯한 차를 제공하는 곳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부산에서 벌어진 커피 밀수 세태도 이번 총서에서 자세히 짚었다. 실제로 〈부산일보〉 1962년 5월 9일 자 기사를 보면 1962년 부산세관은 압수 보관한 미제 커피 83통을 영도다리 부근 바다에 버리거나 태워버리는 퍼포먼스를 강행했다. 이 박사는 “커피는 여유로운 상류층 문화의 상징이었다. 자유와 개방, 민주적 요구가 결합한 커피와 다방 문화가 당시 정부에는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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