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맞춤형 ‘마을 육아’로 ‘독박 육아’ 부담 던다 [사람 모이는 도시로]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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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이는 도시로] 중.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으로

양육지원 대상자·정책 ‘엇박자’
출산 지원 넘어 육아친화가 대안
생애주기별 보살핌 체감도 높여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조성 초점

부산의 육아공동체 ‘광안특공대’ 소속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수영구가족센터를 찾아 김밥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의 육아공동체 ‘광안특공대’ 소속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수영구가족센터를 찾아 김밥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의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3명. 전년도 동기보다 0.02명 감소해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년 넘게 초저출산이 이어지면서 지역 소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매년 곤두박질하는 출산율에 부산시는 지역밀착형 육아친화정책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지역맞춤형 ‘마을 육아’로 ‘독박 육아’ 부담을 공공이 나눠 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단기적인 출산 지원 정책을 넘어 출산 이후 생애주기별 지원으로 육아 지원 체감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닻 올린 ‘부산형 육아친화마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마을공동체 품앗이 육아를 지향하는 ‘부산형 육아친화마을’ 사업도 이 속담과 맞닿아 있다.

육아친화마을은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권과 자녀의 아동권을 동시에 존중하는 개념이다. 일시적 현물 지원을 넘어 여가, 공원, 의료, 네트워크 등 육아를 위한 지역사회 간접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 부산 지자체의 출산 정책은 주로 출산과 그 직후 시기만을 대상으로 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산 16개 구·군의 232개 출산 정책 중 118개가 영유아기에 적용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령기와 청소년기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출산 정책은 각각 13개와 12개로 적었고, 일부 지자체 중에서는 아예 관련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러나 각 구·군에 분포한 연령대 인구를 보면 청소년기 비율이 가장 높다. 학령기, 영유아기가 뒤를 이었다. 양육 지원 대상자와 정책의 ‘미스매칭’이 일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지속적인 출산 지원 정책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한 시는 방향을 틀었다. 2021년 발표한 1차 인구정책 기본 계획에서 시는 처음으로 저출산 현실을 인정하고 출산뿐 아니라 출산 이후 생애주기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놨다. △내 집 마련 청년 주거 정책 △일·생활 균형 인프라 조성 △외국인·다문화·청소년 등 세대와 계층 균형 등으로 구성된 6대 과제에서 시는 종전과 같은 출산율 증가를 목표로 하는 단기 성과가 아니라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산 수영구의 육아공동체 ‘광안특공대’. 이재찬 기자 부산 수영구의 육아공동체 ‘광안특공대’. 이재찬 기자

■'독박 육아' 넘어 ‘품앗이 육아’로

‘출산을 넘어 돌봄으로.’ 시가 내세운 출산 지원 방향에 따라 지난해 수영구와 강서구가 부산형 육아친화마을의 첫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김난숙 시 출산정책팀장은 “저조한 출산율은 16개 구·군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수치를 들여다보면 지자체마다 원인이 각각 다르다”며 “일괄적 지원보다 지자체별 요구와 특성에 따른 지원이 체감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지역인 수영구와 강서구를 시작으로 부산의 16개 구·군 전체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수영구에서는 4년째 돌봄 품앗이를 이어오는 ‘광안특공대’가 대표적인 돌봄 공동체다.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모여 공동육아를 한다. 10개 그룹 넘게 운영됐던 공동체는 코로나19를 거치며 4개 그룹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된다. 수영구가족센터 공동육아나눔터 이용자 대표 최은경(41) 씨는 8세, 11세 자녀 둘의 유년기를 모두 광안특공대에서 보냈다. 최 씨가 몸담은 광안특공대 그룹에는 총 5가정, 10명의 아이가 속해 있다. 이들이 지난 4년간 체험학습을 간 곳만 수백 곳. 테마파크, 박물관, 체험관 등 부모 혼자로는 어려운 주말 나들이가 함께라서 가능한 적이 많았다. 최 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데리러 가기 어려울 때, 퇴근이 늦을 때 서로에게 부탁했다. 안심하고 아이들의 유년기를 통과했다”며 “이곳에서 아이에게는 단짝이, 부모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육아 파트너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서구 ‘우가우가’ 공동체 또한 육아를 위해 서로 손을 빌려주는 육아 공동체다.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거주하는 15가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서구 지역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적다는 한계를 품앗이 육아로 극복한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강하라 연구위원은 “출생률이 감소하는 현재 상황에서 육아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한 출산·육아 지원을 넘어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까지 연결된다”며 “지속적으로 아이와 그 가족이 존중받고 행복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에 긍정적 가치를 두는 지역사회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형 육아친화마을 조성은 이를 위한 지역사회 변화의 시작이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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