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벗었는데… 눈치 보여 다시 쓴 마스크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

“벗기엔 아직 조심스러워서…”
시민 대다수 여전히 착용
학생들도 마스크 끼고 운동
다중이용시설선 눈치보기
헬스장선 간간이 노마스크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뀐 30일 오전 부산역 대합실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뀐 30일 오전 부산역 대합실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3년 넘게 시민의 입과 코를 막던 마스크로부터 공식적으로 ‘해방’됐다. 병원 등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곤 답답했던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30일 실내는 물론 거리의 풍경은 달라진 게 없었다. 마스크에 너무 익숙해진 것인지, 주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다수 시민은 마스크와 함께였다.

30일 오전 7시께 찾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 지하철 역사나 버스 정류장 등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지만, 지하철 탑승 대기 중인 30여 명은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마스크를 고쳐 쓰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내렸다 얼른 다시 쓰는 이도 있었고, 당당하게 ‘노마스크’로 역사로 들어왔다가 다들 마스크 착용한 모습에 어색하게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는 이도 있었다. 70대 서 모 씨는 “지하철 역사도 밀폐된 공간이고 열차를 탈 때마다 마스크를 다시 쓰기도 번거로워 계속 쓰고 있다”며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는데 완전히 벗기에는 우리 같은 고령자는 좀 불안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간혹 당당히 해방의 기쁨을 맛보는 이도 만날 수 있었다. 출근 중이던 정희철(50·남구) 씨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상태에 익숙해져 벗을 생각을 못 하는 거 같다”며 “이제는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마스크를 벗었다”고 노마스크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해방은 아니다. 병원, 약국 같은 의료시설과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내부에선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한다. 부산의 한 운송회사 관계자는 “노마스크 시행 첫날이다 보니 마스크 없이 버스에 타려는 손님이 일부 있었다”며 “기사가 버스 안은 계속 마스크 의무라고 설명해 주니 손님들이 좀 민망해했다고 한다”면서 노마스크 시행 첫날의 해프닝을 설명해 주었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효과로 아이들이 더 이상 답답하게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사례가 자주 언급됐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선 여전히 절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원생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을 유지하는 어린이집도 있다.

이날 오전 부산 영도구 대교초등학교 운동장에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고무공을 던지는 야외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모든 학생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교실에서 조별 수업을 하거나 시청각 자료를 보는 학생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고, 쉬는 시간을 맞아 복도를 뛰어다니는 학생도 숨이 찬 와중에도 마스크를 얼굴에서 떼 놓지 않았다. 대교초등학교 기윤아 교장은 “오늘 등굣길에서 한 아이가 마스크를 쓰는 게 더 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지금 3학년은 초등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다녀서 오히려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한 백화점에서는 코로나19 의심 증상 발현 등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이 선택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아직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기가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 남성이 백화점 내부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통화를 하자 일부 시민은 해당 남성을 불편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대중교통, 백화점 등에 비해 카페, 헬스장 등 소규모 영업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비교적 자연스러워 보였다. 부산 중구 한 카페에서는 손님이 노마스크로 주문하고, 직원도 아무렇지 않게 주문받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죄송하지만, 마스크 착용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이어져야 했던 장면이다.

부산 해운대구 한 헬스장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회원 사이에서도 적잖게 노마스크로 운동하는 이가 섞여 있었다. 이를 제재하거나 눈치를 주는 이는 없었다. 러닝머신을 이용 중인 김재민(33·부산 해운대구) 씨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마다 마스크에 땀이 차 축축해지는 등 정말 불쾌했는데, 마스크를 벗고 운동할 수 있게 돼 너무 편하다”면서 “아직은 길거리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많지 않지만 차츰 마스크를 벗는 게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에 따른 불편감이 많이 희석돼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시민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추위와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점점 거리에서 마스크 착용 인원이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탁경륜·김준현 기자 takk@busan.com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